[이슈프리즘] 금투세 폐지 여부, 빨리 결론내야
내년 도입할 예정이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여부를 놓고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대주주에게만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현행 주식 과세 제도를 없애고 대주주 여부와 관계없이 주식과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 매매(환매)를 통한 수익이 일정액(주식 5000만원, 기타 250만원) 이상이면 20%(3억원 초과분은 25%) 세금을 일괄 부과하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에서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추진해 2023년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국내 증시 매수세 감소 등을 우려한 개인과 금융투자업계의 거센 반발, 금리 급등에 따른 증시 급락 등을 감안해 여야가 2022년 말 시행을 2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2024년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즉각 반대하면서 소득세법 개정 사항인 금투세 폐지 문제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여야 합의를 정부가 단독으로 깬 점, 세수 감소, 조세 형평성 등을 이유로 금투세 폐지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여당이 소수당인 상황이라 금투세가 실제로 없어질지는 예견할 수 없다. 4월 총선을 앞둔 점 등을 고려할 때 여야가 2022년처럼 장기간 대립하다가 연말쯤에 가서야 타협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렇게 장기간 금투세 폐지 여부가 확정되지 않으면 금융회사와 투자자가 큰 혼란을 겪을 것으로 우려한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해 업계가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당장 금투세 과세에 필요한 전산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증권사부터 전전긍긍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2022년에도 컨설팅을 받고 전산시스템을 한창 구축하다가 금투세 유예가 확정되자 이를 중단했다. 이 과정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을 날렸다. 금투세 폐지 결정이 나오지 않으면 올해 2분기 정도부터는 다시 전산 구축에 나서야 한다. 6~9개월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사장은 “시행될지도 안 될지도 모르는 세금 때문에 또 수십억원을 써야 하는 거냐”고 토로했다.

금투세 폐지 결정이 늦어지면 올해는 수만 명의 사모펀드 투자자도 혼란에 빠진다. 지금은 잠복해 있지만 자산운용업계는 다 알고 있는 ‘시한폭탄’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금투세 2년 유예 내용을 담은 세법 개정안을 만들면서 증권사의 징세 편의를 위해 펀드 환매(매각)로 인한 수익은 금융투자소득으로, 펀드를 보유한 상태에서 매년 받는 이익분배금은 금융소득종합과세(최고세율 45%) 대상인 배당소득으로 분류해 놓은 탓이다.

금투세가 없어지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지만 끝내 유지되면 대부분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인 사모펀드 개인투자자는 내년부터 이익분배금에 대해 최고 45%의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 최악의 경우 약 10조~15조원의 사모펀드를 올해 조기 환매하고 이 과정에서 대량 주식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금투세 폐지·시행을 빨리 결정하거나 법을 바꿔 매물 출회를 막거나 분산해야 한다.

이 세상에 완벽한 세금은 없다. 금투세도 장단점이 있다. 국민 의견을 수렴해 도입할 수도, 폐지할 수도 있다. 문제는 정쟁 속에 그 결정이 늘어지면서 불필요한 사회적 혼란이 야기되는 것이다. 일단 정부·여당이 나서 이달에라도 금투세 폐지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야당과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여야는 금투세 폐지 여부를 빨리 확정해 납세자와 금융회사들의 혼란과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