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욱빈 바이오다인 대표. 바이오다인 제공
임욱빈 바이오다인 대표. 바이오다인 제공
“로슈와 본 계약은 끝냈고 현재 디테일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임욱빈 바이오다인 대표는 글로벌 제약·진단 회사 로슈와의 계약 진행상황을 설명했다. 바이오다인은 글로벌 제약사 로슈와 자궁경부암 진단키트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15일 공시했다.

바이오다인이 이전한 ‘블로윙’ 기술은 쉽게 말해 바람을 불어 세포를 슬라이드에 부착하는 기술이다. 자궁경부암 세포진단(LBC) 검사를 수행하려면 채취한 세포를 슬라이드에 얇게 펴바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세포 형태를 면밀히 관찰하기 위해서다. 블로윙 기술은 세포의 손상 없이 균일하게 세포를 부착할 수 있어 기존 기술 대비 진단 정확도를 크게 높였다는 평가다.

본격 판매 시작하면 연간 최소 1500억원 수익 기대

바이오다인은 로슈가 자궁경부암 진단키트를 판매할 때마다 로열티를 수령하게 된다. 체외진단 분야 글로벌 1위인 로슈가 자궁경부암 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한다는 가정 하에 전체 테스트 건수는 1년에 약 4억개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바이오다인이 진단키트 하나당 10% 이상의 로열티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바이오다인이 수령할 로열티는 약 1000억원으로 예측된다.

자궁경부암 외 비부인과 매출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로슈가 비부인과 진단키트에 블로윙 기술을 적용하려면 반드시 바이오다인 생산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로슈의 비부인과 진단 시장 점유율은 약 10%로 예측되는데 이 경우 바이오다인의 영업이익은 연간 500억~600억원이다.

두 분야를 합쳐 연간 1500억~1600억원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임 대표는 “로슈가 메인 플레이어가 되기까지 약 4~5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자궁경부암 진단 시장은 2030년까지 약 16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부터 자궁경부암 퇴치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전 세계 모든 여성을 대상으로 35세까지 자궁경부암 선별검사를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임 대표는 “의료서비스가 체계화되지 않은 중·저소득국가에서 진단을 시작하면 기존에 없던 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궁경부암 진단키트 판매는 올해 하반기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로슈가 자궁경부암 진단키트 생산 준비를 이미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다인의 자궁경부암 진단 장비. 바이오다인 제공
바이오다인의 자궁경부암 진단 장비. 바이오다인 제공

바이오판 ‘펩리스’ 전략으로 수익 극대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번 계약은 눈여겨 볼 만하다. 바이오다인은 핵심 기술만 제공하고 생산과 판매는 모두 로슈가 담당한다. 마치 제품이 아닌 설계도만 판매하는 반도체 펩리스 기업과 유사하다. 임 대표는 “로슈가 요구하는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회사 규모를 늘리는 것보다 로열티를 수령하는 방식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홈쇼핑 PD 출신이라는 특별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바이오 전공자도 아니다. 그는 “홈쇼핑에서 매번 다른 상품을 소개하는 광고방송을 제작하다 보니 상품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에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타인을 돕는 회사를 만들자는 생각에 사업 아이템으로 진단키트를 선택했다. 임 대표는 병리과 전문의들이 보는 원서를 직접 공부하며 블로윙 기술을 개발했다.

바이오다인이 수령하는 로열티는 향후 로슈의 호환 제품군 확장에 따라 지속 확대될 전망이다. 블로윙 기술을 세포진단 이외에 다른 진단법에도 적용할 수 있어서다. 자궁경부암 검사는 세포진단과 분자진단을 병행하는데 블로윙 기술은 분자진단의 정확도도 높일 수 있다. 분자진단 시장에서도 로열티를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이 기사는 2024년 1월 15일 09시27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