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中 위협에 맞섰다
미·중 대리전 양상을 띠며 세계의 이목을 끈 대만 총통 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민주진보당의 라이칭더 후보(사진)가 승리했다. 대만 국민의 ‘반중(反中)’ 정서가 막판에 결집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과 대만의 양안관계 경색이 불가피해졌고, 대만해협에서의 미·중 주도권 다툼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14일 대만 중앙선거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총통 선거에서 라이 후보가 40.05%를 득표해 당선됐다. 친중(親中) 성향으로 양안관계 회복을 주요 선거 공약으로 내건 허우유이 국민당 후보(득표율 33.49%)를 6.56%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커원저 민중당 후보는 예상을 뛰어넘은 득표율(26.46%)을 기록했다.

독립 성향의 민진당이 정권을 재창출하면서 대만은 반중·친미 기조를 유지하게 됐다. 민진당은 1996년 대만 총통 선거에 직선제가 도입된 후 처음 3연임에 성공했다. 라이 당선인은 선거 승리가 확정되자 “이번 선거를 통해 민주와 권위주의 사이에서 대만이 민주의 편에 섰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렸다”고 말했다.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MAC)는 중국을 향해 “선거 결과를 직시하고 압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중국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중국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을 통해 “대만의 ‘주류 민의’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며 “중국과 대만의 통일은 필연적”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미국은 선거 결과를 반기면서도 중국과의 긴장 확대 가능성을 경계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과 대만의 관계가 깊어질 것”이라며 “양안관계에서 평화와 안정 유지를 약속한다”고 밝혔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타이베이=임락근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