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포로·납북피해자 소송 대리하는 구충서 변호사…"북한 상대 승소 보람"
소송 낸 국군포로 작년 별세…경문협 통해 배상금 받는 소송 다음달 2심 선고
"국군포로 돌아가시기 전 배상금 쥐어드렸어야…너무 가슴아파"
"진작에 손해배상금을 받아서 돌아가시기 전에 손에 쥐어 드렸어야 하는데…. 너무 가슴이 아파요.

"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제이앤씨 사무실에서 만난 구충서(71·사법연수원 7기) 변호사는 국군포로, 납북 피해자들의 추심금 소송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1999년 판사 생활을 접고 변호사의 삶을 시작한 그는 2012년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 북송 중단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하던 당시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현 물망초 이사장)의 모습을 계기로 북한 문제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대학 시절 국제법을 공부하며 북한 문제에 관심을 뒀지만 판사와 변호사로서 바쁜 일상을 보내며 잊고 있던 일이었다.

현재 구 변호사는 6·25 전쟁 당시 북한군에 포로로 잡혀 강제로 노역하다 탈북한 국군포로 소송 2건과 납북 피해자 소송 3건을 대리하고 있다.

국군포로 고(故) 한재복 씨 등 2명이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2천1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건 2016년 10월이다.

북한 송달 문제로 2년 8개월이 지난 2019년 6월에야 첫 변론준비 기일이 잡혔고 구 변호사는 이때부터 국군포로 손해배상 소송에 함께 했다.

지난한 과정을 거쳐 서울중앙지법이 2020년 7월 한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북한이 국군포로에게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국내 첫 사례였다.

구 변호사는 국군포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이날을 "법조 인생에 있어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표현했다.

구 변호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피고로 해서 승소하는 것은 상상하지 못할 일이었다"며 "변호사를 하면서 아주 보람있게 생각한 사건 중 하나"라고 말했다.

"국군포로 돌아가시기 전 배상금 쥐어드렸어야…너무 가슴아파"
북한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승소 판결을 받아내기는 했지만 손해배상금을 받아내는 과정 역시 지난하기는 마찬가지다.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을 통해 받으려던 계획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서 또다시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이다.

북한 내각 산하 저작권사무국과 협약을 맺어 북한 출판물, 방송물 등의 국내 저작권을 위임받은 경문협이 북측 송금을 위해 국내 방송사 등에서 대신 징수한 저작권료를 압류하려던 구상이었다.

경문협은 2008년 대북 제재로 송금이 어려워지자 이듬해 5월부터는 저작권료를 법원에 공탁해오고 있다.

결국 경문협을 상대로 추심금 청구 소송을 2020년 냈고 1심에서는 패소했다.

항소심 선고는 다음달 14일 서울동부지법에서 나온다.

그 사이 한씨는 지난해 2월 향년 8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구 변호사가 서둘러 재판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국군포로, 납북 피해자 당사자뿐만 아니라 이 소송을 승계받은 자녀들도 적지 않은 나이이기 때문이다.

구 변호사는 "90세가 넘은 국군포로 한 분은 탈북해서 돌아왔을 때 병적을 회복하고 그동안의 급여와 생활지원금으로 한 4억원을 받았던 것을 사기로 잃고 폐지를 줍고 다니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물망초에서 생활보조금을 얼마 정도 주고 있지만 손해배상금을 가집행했으면 벌써 받지 않았겠느냐"라고 말했다.

"국군포로 돌아가시기 전 배상금 쥐어드렸어야…너무 가슴아파"
동부지법에는 국군포로 사건 외에도 6·25 전쟁 납북 피해자 가족 10명이 경문협을 상대로 낸 추심금 소송 1심 선고가 19일 나온다.

이들은 북한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한 총 2억원 손해배상 소송에서 2022년 승소했다.

다른 유사 소송에서는 경문협이 북한의 저작권자와 한국의 이용자들을 중개하는 역할만 하기 때문에 경문협에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패소 판결이 나왔다.

이번 재판에서는 통일부 사실 조회를 통해 증거자료를 추가 제출했다.

구 변호사는 구 변호사는 "앞선 재판들에서는 통일부에 사실 조회를 신청했으나 자료를 받지 못해 북한 저작권사무국과 경문협 사이에 권한을 위임했다는 등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며 "이번에는 통일부에서 사실 조회로 자료를 받아 증거로 제출했다"며 승소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국군포로 돌아가시기 전 배상금 쥐어드렸어야…너무 가슴아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