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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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하면서 국내 관련주들이 일제히 상한가로 직행했다.

우리기술투자·한화투자증권 '상한가'

11일 주식시장에서 우리기술투자는 전 거래일보다 29.98%(1850원) 오른 80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종목은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비트코인 관련주로 꼽힌다. 두나무 지분을 가지고 있는 한화투자증권은 29.99%, 한화투자증권우는 29.92% 각각 뛰었다.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코리아 지분이 있는 티사이언티픽(20.35%), 티사이언티픽의 대주주 위지트(29.89%), 블록체인 핀테크업체 갤럭시아머니트리(7.35%)도 폭등하며 장을 마감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0일(현지시간)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에 대한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SEC는 "그레이스케일, 비트와이즈, 해시덱스 등 11개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구체적인 상장 예정 상품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을 비롯해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 아크인베스트먼트, 인베스코, 위즈덤트리, 비트와이즈 애셋매니지먼트, 발키리,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 등이다.

이날 SEC의 승인 결정은 전날 SEC의 공식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비트코인 ETF를 승인했다는 허위 게시글이 올라온 지 하루만에 나온 것이다. SEC는 허위 게시글 게재 직후 해당 계정이 해킹됐고 글이 무단으로 게시됐다고 밝힌 바 있다.

"비트코인 전환기…접근성 높아질 것"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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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은 지금까지 일반 투자자들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거래 수수료를 내는 방식 등으로 가상화폐를 사야 했지만 앞으로는 접근성이 더욱 편리해진다는 의미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승인은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세계 최대 규모의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에 노출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현물 ETF 승인은 가상자산 시장에선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만큼이나 빅이벤트로 꼽히는 대형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급격한 변동성과 취약한 시세조작 리스크 등으로 홀대받던 가상자산이 명실상부한 투자 상품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를 지녔기 때문이다.

ETF 상품을 운영하려는 기관투자자의 자금이 몰리게 되면, 관련 시장 규모가 최소 수십조원에서 최대 5경원 수준으로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면서 사모펀드 투자자문업자(RIA), 연기금 등 새로운 기관투자자들이 시장에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물 ETF 승인이 비트코인 사용의 확대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현재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한정돼 있는데, 현물 ETF 승인으로 용처가 전통 금융권까지 확대될 것이란 예상이다.

다만 겐슬러 SEC 위원장은 "오늘 위원회의 결정은 증권이 아닌 비트코인을 보유한 ETP(ETF 포괄 상위 개념 상품)에 국한됐다"며 "이는 위원회가 암호화폐 자산증권의 상장기준을 승인할 의향이 있다는 신호가 아니다"라고 과도한 의미부여를 경계했다.

가상화폐 시세는 엇갈렸다. 이날 오후 3시45분 현재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은 전 거래일보다 0.26% 내린 6029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이더리움은 8.50% 급등한 339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