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2주전부터 협박 메시지…피해자 공포심으로 고통받아"
피해자 측 "피고인 '살인자 돼도 친구 할 수 있느냐' 물어…계획적 범행"
지속된 폭언·폭력 끝에 친구 살해 여고생에 최대 15년 구형
지속된 폭언과 폭력으로 절교를 당하게 되자 말다툼 끝에 친구를 살해한 여고생에게 검찰이 소년법상 최고형을 구형했다.

대전지검은 11일 대전지법 형사11부(최석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살인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A(18)양에게 소년법에서 정하는 법정 최고형인 장기 15년·단기 7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사는 "2년 동안 둘도 없이 친한 사이였던 피해자에게 단지 거짓말을 하거나 연락에 즉시 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속해서 폭언과 폭력을 행사했다"면서 "피고인은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하나 2주 전부터 죽이겠다는 메시지를 지속해서 보내 피해자가 공포심으로 고통받아온 정황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범행 당시 17세로 미성년자였다며 선처를 구하고 있으나 피해자 또한 밝고 명랑한 여느 고등학생이었다"면서 "막내딸을 잃고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는 유가족들을 고려해달라"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수감 초기 자해하는 등 충동 성향이 강하고 행동 통제력이 낮은 점 등을 고려,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도 청구했다.

피해자인 B(18)양의 법률 대리인은 "지속적인 폭언과 폭력에도 학교폭력 신고는 서면사과라는 솜방망이 조치로 끝났고, 피고인은 다시 접근해 결국 살인에 이르렀다"며 "범행 전에는 '살인자가 돼도 친구 할 수 있는지' 친구에게 묻고, 범행 후 수감 중 면회 온 자기 부모에게 인스타 계정 삭제를 지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접근하지 말라고 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피해자 가족의 집으로 편지를 보냈고, 학교폭력을 신고한 피해자의 모친에게 '어른답게 굴고, 선 넘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며 "범행 일련의 과정이 이처럼 치밀하고 계획적임에도 소년법 적용 대상이라는 이유만으로 가벼운 형량이 선고된다면 어떻게 납득하겠느냐"고 호소했다.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던 A양은 최후 진술에서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용서받을 수 없다는 것 알고 있다.

가족들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A양은 지난해 7월 12일 정오께 대전 서구에 있는 친구 B양의 자택에서 B양을 때리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같은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친구 사이로, A양은 범행 당일 B양의 물건을 돌려준다며 집에 찾아가 말다툼 끝에 범행했다.

범행 직후 119에 신고하면서 "고등학생이니까 살인 혐의로 현행범 체포되면 징역 5년 받는 게 맞느냐. 자백하면 감형받느냐"고 물어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수사 결과 A양은 2년 전부터 B양과 친하게 지내 왔으나 그 과정에서 폭언과 폭력을 일삼아 학교폭력 대책위에 회부됐고, 2022년 7월 반 분리 조치까지 이뤄졌다.

그러다 지난해 3월부터 A양이 연락해 다시 만나게 됐다.

당시 학폭위 개최 경위를 묻겠다며 B양에게 연락했고, 다시 괴롭힘이 이어지자 B양은 절교를 선언했다.

그러자 '죽일 거야'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A양은 범행 직후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이 끝난 뒤 A양의 부모는 B양의 유가족들을 향해 울며 용서를 구했으나 유가족들은 "우리 애 살려놓으라"고 소리치며 오열했다.

선고 공판은 오는 25일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