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카이엔./사진=포르쉐 제공
포르쉐 카이엔./사진=포르쉐 제공
고금리·고물가로 소비자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으면서 지난해 수입차 판매가 역성장했다. 하지만 포르쉐 등 고급 럭셔리카 브랜드 판매는 오히려 늘었다. 소득 양극화로 일반적 수입차 브랜드보다 한 단계 높은 럭셔리 자동차를 찾는 이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11일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대수는 27만1034대로 전년(2022년) 대비 4.4% 줄었다.

BMW(7만7395대), 메르세데스-벤츠(7만6697대)가 판매를 주도했지만 전년 대비로는 BMW는 1.46%, 벤츠도 5.28% 감소한 수치다. BMW, 벤츠와 함께 '독일 3사'로 묶이는 아우디(1만7868대)는 판매량이 16.51% 줄어 감소폭이 더 컸다.

반면 1억원 넘는 럭셔리 브랜드 약진이 눈에 띄었다. 포르쉐는 국내 시장에서 1만1355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6.69% 급증한 것으로 사상 처음 '1만대 클럽'에 들었다. 베스트 셀링모델 카이엔(4820대)을 비롯해 파나메라(1818대), 타이칸(1805대) 등이 많이 팔렸다.

포르쉐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카이엔 3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선보이며 가솔린, 하이브리드, 전기차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한 것이 주효했다"며 "모던 럭셔리 브랜드로서 브랜드 경험을 지속 제공해 고객과 팬들의 충성도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벤틀리·람보르기니·롤스로이스 등 초고가 브랜드들도 모두 전년 대비 판매가 늘었다. 벤틀리는 4.25% 증가한 810대, 람보르기니는 6.95% 늘어난 431대, 롤스로이스도 17.95% 증가한 276대를 팔았다.

벤틀리는 '아주르', '뮬리너' 등 섬세한 취향을 반영하는 파생 라인업을 선보였다. 람보르기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우루스'가 인기를 끌며 판매량을 견인했다.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첫 순수 전기차 '스펙터'를 신규 출시해 호응을 얻었고 주력 모델인 '고스트'와 '컬리넌'도 꾸준히 높은 판매량을 유지했다.

전문가은 럭셔리카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고 풀이했다. 고소득자들의 경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소득 감소폭이 적었고 해외여행 등을 자제하면서 잉여 소득이 생기면서 럭셔리카를 구매하는 소비가 더 늘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달부터 8000만원 이상 법인차량에 '연두색 번호판' 제도가 시행되면서 미리 고가 법인차량을 구매하려는 막바지 수요가 쏠렸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8000만원 이상의 법인 승용차는 17만∼20만대 수준으로 파악된다. 법인이 약 3년마다 차량을 교체하는 점을 고려하면 연간 2만∼3만대가량이 연두색 번호판을 달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연두색 번호판 제도의 경우 올해 1월1일 이후 신규 ·변경 등록하는 승용차만 대상으로 해 그 전에 구입한 차량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연두색 번호판 부착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지난해 구입을 서두르면서 일부 럭셔리카 브랜드들이 수혜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