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외관./ 현대백화점 제공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외관./ 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이 파격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패션 사업부의 남성패션팀과 여성패션팀을 폐지하고, 소비자 성별이 아닌 브랜드 성격에 따라 팀을 나눴다. 이같은 시도는 국내 최초다. 신규 브랜드 입점 평가 기준도 대폭 손봤다. 온라인 기반 신규 브랜드를 선점해 더현대 서울의 ‘흥행 신화’를 이어가겠단 의도로 풀이된다.

국내 백화점 최초로 남성·여성 패션팀 폐지

지난해 8월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연 '어라운드율' 매장 내부 모습./ 현대백화점 제공
지난해 8월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연 '어라운드율' 매장 내부 모습./ 현대백화점 제공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말 패션사업부 편제를 트렌디팀·클래시팀·유스팀·액티브팀으로 바꿨다. 남성패션팀과 여성패션팀을 폐지하는 대신 브랜드 성격에 따라 새로운 유행 브랜드를 담당하는 ‘트렌디팀’과 전통 브랜드를 담당하는 ‘클래시팀’을 신설했다. 종전의 영패션팀과 아동스포츠팀은 각각 ‘유스팀’과 ‘액티브팀’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글로벌 백화점 업계에서도 ‘성별’에 따른 조직 구성은 오랜 관행처럼 계속되고 있다. Z세대를 중심으로 남녀 간 경계를 허무는 이른바 ‘젠더리스 패션’이 유행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남성이 여성 옷을, 여성이 남성 옷을 입는 게 자연스러워진 시장에서 종전의 조직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 파격적인 조직 개편은 정지영 사장의 주도하에 이뤄졌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정 사장은 32년 간 마케팅·영업 분야에 몸 담은 현대백화점의 대표적인 ‘영업 전략통’이다. 그는 새해부터 온라인 기반 K패션 브랜드를 적극 유치하는 ‘넥스트 레이블’ 프로젝트를 본격 시행했다. 새 프로젝트의 전권은 신설된 트렌디팀에 주어졌다. 남녀 구분에 얽매이지 않고 성장 잠재력이 크고 트렌디한 신규 브랜드를 적극 발굴하란 뜻이다.

'넥스트 레이블' 프로젝트 가동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열린 '카디널 레드' 팝업 스토어 모습. 백화점 오픈 전부터 일평균 270여명이 웨이팅을 해  '카켓팅'이란 신조어를 낳았다./ 현대백화점 제공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열린 '카디널 레드' 팝업 스토어 모습. 백화점 오픈 전부터 일평균 270여명이 웨이팅을 해 '카켓팅'이란 신조어를 낳았다./ 현대백화점 제공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는 더현대 서울의 ‘성공 방정식’을 전 점포로 이식하는 것이다. 정 사장이 영업본부장을 맡던 2021년 개장한 더현대 서울은 그의 철학이 가장 잘 드러난 점포로 꼽힌다. 더현대 서울은 개점과 함께 3층을 ‘어바웃 패션’이라는 이름의 남성·여성 브랜드를 섞은 통합 패션 층으로 구성했다.

이와 함께 온라인 기반의 K패션 브랜드 유치에도 공들였다. ‘쿠어’, ‘디스이즈네버댓’, ‘시에(SIE)’ 등이 더현대 서울을 통해 처음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냈다. 더현대 서울의 지난해 전체 연 매출에서 패션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3.1%로 다른 점포 평균(10% 중후반대)을 훌쩍 넘겼다.

조직 개편과 함께 브랜드 입점 평가 방식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종전엔 매출과 영업망 등 안정적인 운영 성과 평가가 핵심이었다면, 이젠 브랜드 차별성과 제품력에 가장 큰 배점을 적용한다. 가격 경쟁력도 높은 평가 항목에 포함됐다. 더현대 서울은 지난해 이같은 평가 방식을 시범 도입해 한 해동안 200여회의 K패션 브랜드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한 개 브랜드의 남성·여성 라인을 한 곳에 선보이는 복합관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신규 브랜드들의 오프라인 1호 매장도 적극 유치한다. 정 사장은 “오프라인 유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기능이나 층 구성 관점에서 벗어나 고객의 세분화된 취향을 선제적으로 반영하는 미래형 MD 구성 역량이 필요하다”며 “넥스트레이블을 통해 공간 경험의 가치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