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 인터뷰서 "독립 원하지만 전쟁 기억이 생생해 주저"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지도자 "정신적으로 세르비아와 한몸"
발칸반도 서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이하 보스니아)의 세르비아계 지도자가 분리 독립의 당위성을 역설했다고 AFP 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민 대다수가 세르비아계로 구성된 스릅스카공화국(RS)의 밀로라드 도디크 대통령은 전날 RS 수도 반자 루카에서 AFP와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기에 머물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도디크 대통령은 "보스니아의 세르비아인은 이미 세르비아에 정신적으로 통합돼 있다"며 "이들은 보스니아로부터의 분리 독립을 기꺼이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보스니아의 세르비아인이 독립을 원한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아직 전쟁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에 독립을 주저하고 있다"며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독립의 발판이 마련된다면 국민은 이를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스니아는 보스니아계(이슬람), 세르비아계(정교회), 크로아티아계(가톨릭)가 뒤엉킨 인종, 종교 간 갈등으로 1992∼1995년 최소 10만 명이 숨지는 피비린내 나는 내전을 겪었다.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개입으로 1995년 12월 종전협정(데이턴 협정)이 체결됐다.

데이턴 협정에 따라 RS는 보스니아·크로아티아계로 구성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연방과 함께 1국가 2체제를 구성하고 있다.

복잡하게 얽힌 민족·종교 간 갈등을 고려해 지역·권력을 분점하는 방식으로 평화를 유지한다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도디크 대통령은 2021년부터 RS가 완전히 독립해 민족·종교가 같은 세르비아로 합병돼야 한다고 공공연히 주장해 왔다.

도디크 대통령은 데이턴 협정에 따라 중앙 정부에 이관된 권한을 되찾길 원한다고도 강조했다.

여기에는 RS 영토에 있는 국유 재산 처분 권한 등이 포함된다고 AFP는 전했다.

미국은 이날 두 대의 F-16 전투기를 보스니아 상공에 띄웠다.

이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미국이 보스니아의 영토 통합에 대한 지지를 강조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도디크 대통령에게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