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엄마에게 말하지 않는 비밀이 하나쯤은 있다. 엄마에게 상처를 줄까봐, 내 상처를 끄집어내게 될까봐…. 나와 한때 한몸이었던,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타인' 엄마이기에 오히려 나누지 못하는 대화들이 있다.

최근 국내 출간된 <엄마와 내가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은 15명의 작가들의 '엄마에게 말하지 않는 비밀' 혹은 '엄마와 이야기하지 않는 나의 상처'에 대한 고백을 담았다.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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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한 사람의 고백이었다. 이 책의 기획자이자 편집자인 미셸 필게이트는 2017년 유료 장문 논픽션 콘텐츠 구독 플랫폼 '롱 리즈(longreads)'에 '엄마와 내가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이라는 에세이를 발표했다. 이 글을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를 쓴 리베카 솔닛 같은 유명 작가들이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면서 영미권에서 화제가 됐다. 이후 여러 작가들이 같은 주제의 에세이를 쓴 뒤 이를 묶어 한 권의 책으로 출간했다.
엄마 놀라지마, 차마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꺼내놓을게 [책마을]
단순히 신변잡기적인 글이라면 굳이 독자들이 이들의 글을 읽어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엄마와 내가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대담하고 진솔한 고백은 모성 신화에 대한 반기로 이어진다. 그 어떤 엄마도 완벽하지 않고, 모든 자식이 엄마와 이상적 관계를 맺는 건 아니다.

엄마란 존재는 대체로 자식에게 헌신하지만, 그도 인간이기에 이기적이거나 냉정한 얼굴을 드러낼 때도 있는 법이다. 소설가 린 스티거 스트롱은 책에 실린 '엄마에 대한 하나의 이야기'란 에세이에 이렇게 적었다. "아마 우리 모두에게는 커다랗게 갈라진 틈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믿는 '엄마', 마땅히 이래야 하고 우리에게 전부를 주어야 하는 '엄마'와 실제 우리 엄마가 일치하지 않아 생긴 틈이."

영국 가디언 미디어그룹이 매주 일요일 발행하는 '옵저버'지에서는 이 책에 대해 "엄마를 이해하는 열다섯 가지 방법에 대한 책"이라며 "우리가 왜 '모성 신화'로 눈을 가린 채 어머니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각양각색의 복잡한 인간일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지 묻는다"고 평했다.

여러 어머니상의 모습을 읽어낸 독자는 자기 어머니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나아가 타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어쩌면 자신의 상처를 직시하거나 고백할 용기까지도 가질 수 있을지 모른다. 문보영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이 책은 나로 하여금 엄마를 제대로 '인터뷰'할 기회를 줬다"며 "궁극적으로 우리는 엄마를 제대로 혹은 엉뚱하게 다시 사랑할 기회를 얻는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