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주 '재산권 행사'…해결 방안 놓고 주민 의견 갈려
관할 동구 "행정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어"
통행권이냐 재산권이냐…'20년 개방' 대구 골목길에 설치된 펜스
"주민들이 20년간 사용하던 길이 막혔는데 뚜렷한 해결 방안이 없네요.

"
9일 오후 대구 동구 방촌동 한 주택가 골목길.
1천여㎡(300여평) 넓이 골목길에 성인 남성 가슴 높이 펜스가 설치돼 있었다.

펜스에는 '이 필지는 개인 소유입니다.

주차를 금지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주민들은 펜스 옆으로 난 좁은 길을 이용해 발걸음을 옮겼다.

주된 통행로는 펜스로 막혀 차량 통행은 불가능했다.

관할 동구와 주민들에 따르면 이 공간은 지난 20년 이상 주민들의 주차 공간 등으로 활용됐다.

인근 초등학교와 이어져 있어 학생들의 통학로 역할도 했다.

통행권이냐 재산권이냐…'20년 개방' 대구 골목길에 설치된 펜스
부지 소유주가 최근 이곳에 펜스를 설치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 부지는 당초 도시계획도로였으나 지난 2020년 7월 일몰제 시행으로 해제됐다.

이후에도 최근까지도 주민들에게 무료로 개방됐다.

부지 소유주 A씨는 연합뉴스에 "일몰제 시행 이후에 지가가 오르면서 매년 내는 재산세만 500만원이 넘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건물을 짓던가 땅을 팔려면 부지를 비워야 해서 펜스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생각이 갈린다.

주민 B씨는 "차량을 60대 정도 세울 수 있는 공간이 없어져서 주차 마비 상태가 됐다"며 "소방차가 들어올 공간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주민은 "땅 주인 입장도 이해가 간다"며 "20년 동안 무상으로 공간을 개방했는데 항의할 게 못 된다"고 설명했다.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주민 의견도 제각각이다.

관할 동구가 주민 편의를 위해 부지를 임차하거나 매입해야 한다는 의견과 부지 소유주가 판단해 사용하도록 둬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동구에서 땅을 사면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땅 소유주도 동구에 사달라고 할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통행권이냐 재산권이냐…'20년 개방' 대구 골목길에 설치된 펜스
이에 대해 동구 건설과 관계자는 "통행권과 재산권 어느 한쪽 편만 들어서 행정적으로 집행할 수 없다"며 "땅 매입이나 임차는 현재로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20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과 관광지인 해리단길에도 소유권을 주장한 이들이 각각 도로에 펜스를 설치해 논란이 됐으나 행정 당국과 지역 정치권이 적극 중재에 나서면서 펜스가 철거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