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로 소설을 쓰는 것처럼 연주해보고 싶어요"
“엽편소설은 나뭇잎에 쓸 만큼 짧은 이야기를 말해요. 60분 남짓의 연주를 통해 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과 닮았죠. 저를 잘 드러낼 수 있는 여섯 작곡가의 음악을 통해 저의 색깔을 보여드릴게요.”

8일 서울 신촌동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피아니스트 김준형(27·사진)은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올해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김준형은 ‘엽편소설’을 테마로 네 차례의 무대를 갖는다. 그는 “최근에는 음악에 담긴 서사에 집중하고 있다”며 “소설을 쓰듯 곡의 서사를 설득력 있게 써서 관객에게 다가가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김준형은 초등학교 5학년 때 피아노를 시작했다. 연주자로서는 다소 늦은 출발이지만 어릴 때부터 누나(피아니스트 김경민)의 레슨을 따라다닌 영향이 컸다. 빠르게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그는 예원학교를 거쳐 서울예고 1학년 때 독일로 건너가 뮌헨 국립음대에서 석사까지 마쳤다. 지금은 같은 대학에서 현대음악 연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김준형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건 2021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쥐면서다. 이듬해에는 독일 뮌헨 ARD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그는 ‘노력하고 몰입감 있는 연주자’ ‘음악 구조를 잘 이해하는 연주자’ 등의 평가를 받는다. 그렇지만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평가로 꼽은 것은 ‘너드 같다’는 평이다. 그는 “나를 관통하는 말 같다”며 “특유의 ‘오타쿠 기질’이 음악을 할 때 도움이 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마니아적 성향이 풍부한 그는 우주와 관련된 유튜브 동영상도 자주 본다고 했다. “무대에서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우주에 빠진 뒤 거짓말처럼 (무대가) 편안해졌어요. 광활하고 거대한 우주에서 저라는 존재는 정말 미미하잖아요. 연주할 때도 긴장할 이유가 있나 싶은 거죠.(웃음) ”

김준형이 선보일 네 번의 무대는 오는 11일 열리는 신년 음악회로 시작된다. ‘히어 앤 나우’라는 부제를 붙여 바흐, 베토벤, 브람스 등 독일 음악가의 레퍼토리를 탐구한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