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분 동안 피아노로 쓰는 저의 이야기… 엽편소설처럼 즐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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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 ARD 준우승' 피아니스트 김준형,
12번째 금호상주음악가로 선정
'엽편소설' 큰 테마로 4차례 공연
12번째 금호상주음악가로 선정
'엽편소설' 큰 테마로 4차례 공연
“엽편소설은 나뭇잎에도 쓸 수 있을 정도로 초단편이에요. 60분 남짓의 짧은 시간에 피아노로 저의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것이 왠지 엽편소설과 비슷한 거 같아서 공연의 메인 주제로 잡았어요. 많은 걸 보여주겠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여섯 작곡가의 음악을 통해 저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올해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피아니스트 김준형(27·사진)은 8일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준형은 ‘엽편소설’을 테마로 올해 네 차례의 무대를 갖는다. 그는 “상주음악가 무대에서 저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부족한 면까지 인정할 줄 아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종종 100% 완벽한 연주를 하고싶다는 마음만 앞서곤 합니다. 현실은 그렇게 하지 못하죠. 사실 그게 당연한 거거든요. 이런 저의 부족한 모습도, 못난 면도 수용할 수 있는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김준형은 연주자로서 비교적 늦은 시기인 초등학교 5학년에 피아노를 시작해 예원학교를 들어갔다. 어릴 때부터 누나(피아니스트 김경민)를 옆에서 지켜봤던 영향이 컸다. 서울예고 1학년 때 독일로 건너가 뮌헨 국립 음대에서 석까지 마쳤다. 지금은 같은 대학에서 현대음악 연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김준형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시기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2021)을 거머쥐면서다. 이듬해에는 독일 뮌헨 ARD 국제 음악 콩쿠르에 준우승(2022)을 차지했다. 지난해 1월에는 ‘금호 라이징스타’ 리사이틀을 통해 국내 무대에도 발을 들였다. 그는 “상주음악가로 꼽힌 것이 마치 운명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연주자에게 20대 후반은 음악적으로도, 현실적으로 고민이 많은 시기잖아요. 전문 음악가의 길을 앞에 두고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던 차에 이런 제안을 받았지요.”
김준형이 선보일 네 번의 무대는 11일 열리는 신년 음악회로 시작된다. ‘히어 앤 나우’라는 부제를 붙여 바흐, 베토벤, 브람스 등 독일 음악가들의 레퍼토리를 탐구한다. 그는 “독일에 10년 간 살면서 (독일 작곡가들이) 심리적으로 가깝게 느껴진다”며 “이들의 음악은 매우 순수하고 투명해서 저 자신을 숨길 곳 없이 잘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5월에는 리스트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일본 피아니스트 유키네 쿠로키와 함께 듀엣 무대를 꾸미고, 8월에는 ‘풍경산책’을 주제로 한 명의 작곡가 드뷔시에 대해 탐구한다. “드뷔시의 몽환적이고 색채감 있는 음색이 ‘청각을 시각화’할 때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풍경산책’ 연주에는 피아노 독주뿐 아니라 플루티스트 김유빈, 첼리스트 문태국과 트리오 무대를 꾸민다.
11월 마지막 연주의 부제는 ‘종을 향하여’다. 종소리와 예술이 닮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주제를 택했다. “유럽에 살면 교회나 성당에서 울리는 종소리를 자주 들어요. 종소리를 듣다 보면 처음 음정에서 묘하게 변하는 게 느껴져요. 소리의 끝이 흐릿하기도 하고요. 또, 종이라는 게 ‘끝’(終) 이라는 의미도 있잖아요. 끝이 없는 끝을 향하는 종소리가 예술과 비슷해서 연관 짓게 됐습니다. ”
그는 ‘차분하면서도 몰입감 있는 연주자’ ‘음악에 대한 구조적 이해와 분석이 탁월한 연주자’ 등의 평가를 받는다. 그렇지만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평가로 꼽은 것은 ‘너드같다’는 평이다. 그는 “저를 관통하는 말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너드같다는 건 모범생같다, 찌질하다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어쨌든 ‘오타쿠 기질’이 음악 할 때는 많이 도움이 됐죠.”
김준형은 DSLR 카메라의 묵직한 셔터 소리와 진동이 좋다며 사직 찍는 것을 즐기고, 우주와 관련된 유튜브 동영상도 자주 본다. “원래 무대에서 긴장을 정말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우주에 빠진 뒤 거짓말처럼 무대가 편안해졌어요. 광활하고 거대한 우주에서 저라는 존재는 정말 미미하잖아요. 그런 제가 연주하는 그 잠깐을 그렇게 긴장할 이유가 있을까 싶은 거죠.(웃음) ”
음악가로서의 목표도 담담하다. 그는 “그저 묵묵하게 그때그때 주어진 일을 하겠다”고 했다.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건 없더라고요. 할 수 있는 걸 집중하려고요. 최근에는 음악에 담긴 서사에 집중하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곡의 서사를 설득력 있게 써서 관객에게 다가갈지 고민이에요. 소설가처럼요. ”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올해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피아니스트 김준형(27·사진)은 8일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준형은 ‘엽편소설’을 테마로 올해 네 차례의 무대를 갖는다. 그는 “상주음악가 무대에서 저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부족한 면까지 인정할 줄 아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종종 100% 완벽한 연주를 하고싶다는 마음만 앞서곤 합니다. 현실은 그렇게 하지 못하죠. 사실 그게 당연한 거거든요. 이런 저의 부족한 모습도, 못난 면도 수용할 수 있는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김준형은 연주자로서 비교적 늦은 시기인 초등학교 5학년에 피아노를 시작해 예원학교를 들어갔다. 어릴 때부터 누나(피아니스트 김경민)를 옆에서 지켜봤던 영향이 컸다. 서울예고 1학년 때 독일로 건너가 뮌헨 국립 음대에서 석까지 마쳤다. 지금은 같은 대학에서 현대음악 연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김준형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시기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2021)을 거머쥐면서다. 이듬해에는 독일 뮌헨 ARD 국제 음악 콩쿠르에 준우승(2022)을 차지했다. 지난해 1월에는 ‘금호 라이징스타’ 리사이틀을 통해 국내 무대에도 발을 들였다. 그는 “상주음악가로 꼽힌 것이 마치 운명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연주자에게 20대 후반은 음악적으로도, 현실적으로 고민이 많은 시기잖아요. 전문 음악가의 길을 앞에 두고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던 차에 이런 제안을 받았지요.”
김준형이 선보일 네 번의 무대는 11일 열리는 신년 음악회로 시작된다. ‘히어 앤 나우’라는 부제를 붙여 바흐, 베토벤, 브람스 등 독일 음악가들의 레퍼토리를 탐구한다. 그는 “독일에 10년 간 살면서 (독일 작곡가들이) 심리적으로 가깝게 느껴진다”며 “이들의 음악은 매우 순수하고 투명해서 저 자신을 숨길 곳 없이 잘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5월에는 리스트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일본 피아니스트 유키네 쿠로키와 함께 듀엣 무대를 꾸미고, 8월에는 ‘풍경산책’을 주제로 한 명의 작곡가 드뷔시에 대해 탐구한다. “드뷔시의 몽환적이고 색채감 있는 음색이 ‘청각을 시각화’할 때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풍경산책’ 연주에는 피아노 독주뿐 아니라 플루티스트 김유빈, 첼리스트 문태국과 트리오 무대를 꾸민다.
11월 마지막 연주의 부제는 ‘종을 향하여’다. 종소리와 예술이 닮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주제를 택했다. “유럽에 살면 교회나 성당에서 울리는 종소리를 자주 들어요. 종소리를 듣다 보면 처음 음정에서 묘하게 변하는 게 느껴져요. 소리의 끝이 흐릿하기도 하고요. 또, 종이라는 게 ‘끝’(終) 이라는 의미도 있잖아요. 끝이 없는 끝을 향하는 종소리가 예술과 비슷해서 연관 짓게 됐습니다. ”
그는 ‘차분하면서도 몰입감 있는 연주자’ ‘음악에 대한 구조적 이해와 분석이 탁월한 연주자’ 등의 평가를 받는다. 그렇지만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평가로 꼽은 것은 ‘너드같다’는 평이다. 그는 “저를 관통하는 말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너드같다는 건 모범생같다, 찌질하다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어쨌든 ‘오타쿠 기질’이 음악 할 때는 많이 도움이 됐죠.”
김준형은 DSLR 카메라의 묵직한 셔터 소리와 진동이 좋다며 사직 찍는 것을 즐기고, 우주와 관련된 유튜브 동영상도 자주 본다. “원래 무대에서 긴장을 정말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우주에 빠진 뒤 거짓말처럼 무대가 편안해졌어요. 광활하고 거대한 우주에서 저라는 존재는 정말 미미하잖아요. 그런 제가 연주하는 그 잠깐을 그렇게 긴장할 이유가 있을까 싶은 거죠.(웃음) ”
음악가로서의 목표도 담담하다. 그는 “그저 묵묵하게 그때그때 주어진 일을 하겠다”고 했다.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건 없더라고요. 할 수 있는 걸 집중하려고요. 최근에는 음악에 담긴 서사에 집중하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곡의 서사를 설득력 있게 써서 관객에게 다가갈지 고민이에요. 소설가처럼요. ”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