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中, 경제 압박으로 '민진당 승리가 재난' 메시지 발신"
중국발 무역 압박에 대만 수출업자들 신규 시장 모색
중국이 대만 대선을 앞두고 무역 부문에서 압박을 가하면서 대만 수출업자들이 새로운 시장을 모색하게 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9일 보도했다.

신문은 중국이 대만 선거를 앞두고 독립 성향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승리가 곧 재난이라는 메시지를 발신하고자 대만 제품에 대한 수입 금지와 경제 관계를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랜 기간 중국 본토에 의존해온 대만 기업가들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의 긴장 고조에 대비해 다른 상품 판매처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만 남부 핑둥현의 양어장 주인 천위잉 씨는 요즘 자유 시간에 동네 어르신들에게 중국 본토가 아닌 다른 판로 개척법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대만 정부가 지원하는 해당 강의 참석자 상당수는 중국의 대만산 우럭바리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에 타격을 입었던 2천여개 어장 소속이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우럭바리를 수출하는 7개 대만 기업에 대해서만 금수 조치를 해제했다.

핑둥현 어업연합 회장이기도 한 천씨는 SCMP에 "우리 생선에 대한 중국의 금수조치는 우리가 수출 판매처를 다변화할 필요성을 일깨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업계 윗세대는 중국으로 수출하는 게 쉽고 직접적인 방식이라 다른 판로 개척을 꺼렸는데 최근 몇년간의 무역 문제는 결국 윗세대 사업가들도 사업 모델 변화의 변화를 꾀하게 하는 촉매제가 됐다"고 덧붙였다.

천씨는 새로운 시장 개척에 관심 있는 기업들의 요청이 증가하자 대만 정부가 올해 핑둥현 어업계를 위한 강의 수를 6개로 두배 늘렸다고 전했다.

민진당 라이칭더 총통 후보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이 대만의 선거를 방해할 수 있다"며 "중국에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대만이 걸어야 할 길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SCMP는 "대만의 중요 선거가 다가오면서 중국은 경제 전술로 '대만 유권자들이 전쟁과 평화, 번영과 쇠퇴 중에 선택하는 것'이라는 정치적 메시지 발신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중국 관영 매체는 집권 민진당의 승리가 대만을 재난의 수렁으로 떨어뜨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누가 13일 총통 선거에서 승리하든 대만 어업계부터 화학, 제조업계 사업가들은 대만해협 관계가 더 요동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중국과의 무역 의존도를 최소화할 필요를 확실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대만과의 왕성한 무역을 평화 통일을 위한 '당근과 채찍' 전술 중 '당근'으로 여겨왔으나,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부하는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이 2016년 집권한 이후 갈수록 경제적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국립대만대 왕예리 교수는 SCMP에 "중국의 무역과 경제 관련 조치는 강력한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것으로 여겨지며 선거가 다가올 때면 특히 그러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지난 1년간 대만산 제품에 대한 일부 수출 금지를 해제하는 동시에 새로운 제재도 부과했다.

중국은 지난해 4월 자국산 2천455개 품목에 대한 대만의 수입 규제가 무역 장벽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10월 12일까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가 조사 기간을 대만 총통 선거 하루 전인 올해 1월 12일까지 3개월 연장했다.

이어 대만산 폴리카보네이트(PC)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도 올해 5월 29일까지 6개월 연장했다.

대만 담강대 창우에 교수는 SCMP에 "이는 조기 경고이며 민진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더 많은 경제적 강압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당근이든 채찍이든, 중국의 경제적 접근은 대만 유권자들에게 제한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왕 교수와 창 교수는 지적했다.

왕 교수는 "대만인들은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매우 익숙해졌기에 그것이 유권자들의 투표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선거의 핵심 요인은 어떤 후보가 중국으로부터의 커지는 안보 위협에 가장 잘 대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유권자들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중화민국총상회 라이청이 회장은 중국의 경제적 강압이 늘어날 가능성이 극도로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대만 경제연구소의 다슨 치우 연구원은 중국의 금수 조치에 영향을 받는 산업을 위해 대만 정부는 시장 다변화를 지원하고자 한다면서도 "그러나 당연히 이는 하룻밤 새 이뤄질 수 없으며 특히 유통기한이 있는 농산물이 그러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