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일 충북도당 신년 인사회에서 한 어린이와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아이가 준비해온 피켓 속 문구가 아이가 들고 있기에는 부적절하다고 느낀 한 위원장은 이종배 의원이 재차 피켓을 사이로 들이밀자 아이 어깨를 감싼 왼손으로 피켓을 뺏어 등 뒤로 숨기고 있다. / 사진=유튜브 '김사랑 시인' 캡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일 충북도당 신년 인사회에서 한 어린이와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아이가 준비해온 피켓 속 문구가 아이가 들고 있기에는 부적절하다고 느낀 한 위원장은 이종배 의원이 재차 피켓을 사이로 들이밀자 아이 어깨를 감싼 왼손으로 피켓을 뺏어 등 뒤로 숨기고 있다. / 사진=유튜브 '김사랑 시인' 캡처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어린이에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판하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게 하고 기념 촬영을 하는 '아동 학대'를 저질렀다고 주장한 친야(親野) 성향 유튜브 채널들을 고발하겠다고 8일 밝혔다.

국민의힘 미디어법률단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한 위원장에 대해 '한동훈, 아동 학대 현장을 즐겼다'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매우 악의적인 가짜뉴스를 조작해 유포한 유튜브 채널 '박열TV', '정치쉽단' 및 이를 유포한 행위에 대해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전했다.

법률단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관련 게시물을 올린 이들과 함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치공세 의도로 아동의 얼굴을 그대로 공개하는 등 아동 인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혐의에 대해서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를 금지한 '아동복지법' 제17조 5항 위반 책임을 묻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디어법률단장인 원영섭 변호사는 "편집되지 않은 동영상을 보면, 누가 보더라도 한 위원장이 그 아이가 가져온 팻말을 보고 다른 손으로 팻말을 뺏어 보이지 않게 한 다음 셀카를 찍고, 그 후 내용을 보고 고개 저으며 이러면 안 된다고 뒤집어서 돌려준 것인데, 이걸 앞뒤 잘라 이렇게 아이 얼굴까지 그대로 노출시키며 왜곡 선동한 것에 대해 분명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박열TV'에 올라온 영상과 댓글. / 사진=유튜브 '박열TV' 캡처
유튜브 채널 '박열TV'에 올라온 영상과 댓글. / 사진=유튜브 '박열TV' 캡처
앞서 친야 성향 정치 유튜브 채널 박열TV에는 '아이까지 동원해 이재명을 범죄자 취급하는 한동훈의 저급함'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지난 4일 국민의힘 충북도당 신년 인사회를 촬영한 이 영상에는 사진을 찍고 있는 한 위원장과 한 초등학생 사이로 이재명 대표를 비판하는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등장하는 장면이 담겼다.

피켓에는 '한동훈 위원장님은 저의 큰 희망입니다. 한동훈 위원장님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재명처럼 되고 싶지 않습니다. 공부 잘하는 초딩의 맹세입니다'라는 글이 쓰여 있다. 이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댓글에서 "정치를 더럽게 한다", "아동학대" 등 비판을 쏟아냈다. '이재명 대표를 비판하는 데 아이까지 끌어들였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유튜브 채널 '김사랑 시인'에 올라온 당시 전후 맥락이 담긴 전체 영상을 보면 문제의 피켓은 아이가 준비해온 것으로 확인된다. 한 위원장과 사진을 찍기 약 30초 전쯤 어린이가 피켓을 들고 한 위원장 뒤로 나타났고, 피켓 속 문구를 확인한 한 위원장은 촬영 전 해당 피켓이 사진에 나오지 않도록 허벅지 위에 올려두는 모습이다.

즉, 한 위원장은 피켓 내용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내려놓았지만, 옆에 앉은 이종배 의원이 두 사람 사이에 피켓을 밀어 넣으면서 포착된 것이었다.

한 위원장은 이 의원이 재차 피켓을 들이밀자 아이의 어깨를 감싸는 손으로 슬쩍 피켓을 뺏어 아이의 등 뒤로 숨긴 뒤 사진을 촬영했다. 주변에서는 피켓 내용이 재밌다는 듯 깔깔 웃지만, 한 위원장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 듯 씁쓸한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내젓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전후 관계는 살피지 않고 '한동훈이 아동학대를 저질렀다'고 편집된 가짜뉴스와 영상이 친야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