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작은 의회 직원 승진 두고 집행부 측 "사기 저하" 반발
예산·조직권 등 여전히 지자체장 권한…전문가 "협치 절실"
인사권 독립됐지만…'반쪽 개정'에 지자체·지방의회 갈등 반복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2022년부터 지방의회가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지만 '반쪽짜리' 권한에 그쳐 경남지역 기초단체와 의회에서 이를 둘러싼 갈등이 잇따른다.

조직권이나 예산편성권은 여전히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있는 탓에 이를 보완할 제도적 근거 마련과 함께 협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22년 1월 13일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을 시행하면서 지방의회 인사권을 독립시켰다.

제103조 2항에 '지방의회 의장은 의회 사무직원을 지휘·감독하고 법령과 조례·의회 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임면·교육·훈련·복무·징계 등에 관한 사항을 처리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의장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지방의회에 두는 사무직원 정수를 조례로 정한다'는 규정만 있어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각 기초의회를 중심으로 의장이 승진 인사를 내는 곳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를 반대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마찰도 빚는다.

경남 통영시는 2022년 말에 이어 지난해 말에도 의장의 인사권 행사를 두고 시의회와 갈등을 겪었다.

의장이 지난해 말 5급 1명과 8급 1명을 자체 승진시키자 시는 이에 반발해 시의회에 파견했던 공무직 3명과 청원경찰 1명을 시로 복귀시켰다.

2021년 12월 안정적인 인사 운영과 승진 기회 균형 유지 등을 위해 두 기관이 '인사 운영 업무 협약'을 맺었지만, 시의회가 자체 인사를 내면서 협약 목적과 취지를 잃었다는 이유에서였다.

통영시는 지난해 말 시의회에 업무협약 종료 공문을 보내 인사 교류를 중단하고 교육훈련과 후생 복지를 비롯해 청사·물품 관리나 전산시스템도 의회가 자체 운영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지난 5일에는 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장을 제외한 채 같은 당 소속 시장을 만나 올 하반기 의원단 구성 때부터 다시 공무직 등 인력을 시의회에 파견하기로 합의하면서 '의장 패싱' 논란까지 일기도 했다.

통영시와 시의회는 2022년에도 똑같은 일로 충돌했다가 지역구 국회의원 중재로 시장과 의장이 인사 운영에 합의하면서 갈등을 봉합했다.

4급 사무국장 승진은 시장이, 이후 발생하는 5급 이하 인사권은 의장이 행사하는 방식이었다.

김미옥 시의회 의장은 이 합의에 따라 5급 인사권을 행사했으며 무엇보다 2022년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인사권을 갖게 된 만큼 정당하게 낸 인사라고 반발했다.

또 직원 한 명이 정년퇴직하면서 생긴 결원을 보충하기 위해 절차에 따라 인사를 했음에도 시가 시의회 독립성을 무시한 채 규모가 작은 시의회 조직 구조를 약점 잡아 횡포를 부린다고 주장했다.

인사권 독립됐지만…'반쪽 개정'에 지자체·지방의회 갈등 반복
의령군에서도 유사한 갈등이 빚어졌다.

군의회가 지난 4일 군의회 소속 A씨에 대한 5급 승진 인사를 내자 군 집행부 측은 군의회가 인사 협약을 위배했다고 반발했다.

군에 따르면 군과 군의회는 2022년 1월 '인사 업무 등에 관한 협약'을 맺고 별도 협의 시까지 군의회 직원은 군에서 군의회에 파견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며 군의회와 상호 협력해 결정한다고 합의했다.

그런데도 이번에 군의회가 인사를 단행한 것은 인사권 남용이라는 것이다.

전국공무원노조 의령군지부는 지난 5일 "군의회가 비상식적이고 객관성이 결여된 승진 인사를 감행해 의령군 공무원들 사기가 저하되는 등 원성이 극에 달했다"며 "A씨는 경력과 현 직급 승진일 등 모든 부분에서 다른 직원들보다 수년이 뒤처지고 있음에도 이번에 승진된 것은 인사권 남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성명을 냈다.

이에 군의회 관계자는 "A씨가 행정자치부 장관상과 경남도지사 표창 등 성과가 있고 그간 집행부 주요 부서를 거쳤다"며 "자격 요건이 안 되는 인물도 아니며 의회 인사위원회를 거쳤기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과 관련한 갈등은 입법 당시부터 예견됐던 사태라며 제도 개선과 함께 협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형빈 동아대 행정학과 교수는 "인사권 독립과 전문성 강화라는 취지로 법이 개정됐지만, 예산이나 조직권 부분 등은 여전히 자치단체장에 권한이 있어 두 기관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며 "지자체는 지방의회 인사권을 존중하고 지방의회는 이를 남용해선 안 된다.

법 개정 초창기인 만큼 두 기관 협치가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