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주민 재산권 침해·소음 문제 거론하며 연일 반대 시위
대접 달라진 군부대…다른 지자체도 지방 위기 극복할 방안 '반색'

[※ 편집자 주 = '충경부대' 육군 제35 보병사단(35사단)이 전북 임실군에 둥지를 튼 지 10주년을 맞았습니다.

35사단은 사격 소음에 따른 축산업 피해, 지가 하락, 군사기지화 등의 우려로 기피 시설로 인식됐지만 이젠 '지역을 살리는 든든한 힘'이 됐습니다.

35사단 이전의 역사와 경제적 효과를 짚어보는 기사를 두 꼭지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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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사단 이전 10년](하) 장송곡까지 틀며 막았지만 이젠 '상생'
'35사단 이전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전주시 발전을 위해 임실군을 죽이지 마라.'
35사단은 2005년 11월 국방부가 전북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에서 임실군으로 이전하는 합의각서를 체결하면서 본격적으로 부대 이전을 준비하자 일부 주민들의 극렬한 반대에 시달려야 했다.

당시 주민들은 보상 문제, 재산권 침해, 소음 문제 등을 거론하며 거세게 반대했다.

특히 35사단 이전은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받지 않은 데다 군사기지화를 우려하는 이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소송이 장기화하고 공사가 1년 이상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주민들은 전주시청이나 전북도청 등에서 집회를 열고 "35사단이 옮겨오면 삶의 터전을 잃고 소음 등으로 부대 주변 축산 농가들이 큰 피해를 보게 된다"며 '이전 불가'로 맞섰다.

하지만 이전 사업의 승인처분을 무효로 해달라며 주민들이 서울행정법원에 낸 집행정지 신청이 대법원에서 기각되면서 이전 절차는 급물살을 탔다.

2014년 군부대가 이전한 뒤에도 일부 주민이 부대 앞에서 한 달 가까이 장송곡을 틀며 반대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후 장병들에게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준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도 했었다.

[35사단 이전 10년](하) 장송곡까지 틀며 막았지만 이젠 '상생'
이런 사정을 잘 알기에 사단은 굳게 닫힌 주민들의 마음을 풀기 위해 적극적으로 상생에 나섰다.

사단은 당시 부대 이전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다른 곳으로 이주한 주민들을 초청해 화합을 다지는 행사를 열고 사단장 이·취임식 때 받은 쌀 400여 포대와 화환들을 지역보훈단체나 노인정 등에 나눴다.

농촌 일손 돕기 같은 대민지원은 물론 자원봉사 등 장병들의 땀이 쌓이면서 시나브로 주민들도 마음의 문을 열었다.

큰 진통을 겪은 35사단 이전 작업은 10년이 지난 지금엔 '지역 경제 활성화'와 '군 사기 진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모범 사례가 됐다.

35사단에 따르면 훈련병과 그 가족, 친지, 면회객 등 연간 7만여 명이 임실군을 찾아 소비하면서 경제 유발 효과는 연간 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임실군도 35사단과 상호 협력을 위해 장병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임실군은 외출하는 장병들이 신속하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매일 부대에서 임실 읍내까지 하루 두 번 '무료 수송 버스'를 제공한다.

이 버스는 관내 6탄약창∼35사단∼임실 읍내를 오간다.

또 매달 군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임실사랑상품권 4천원과 이발비 6천원씩을 지원한다.

읍내 작은 영화관인 한마당작은별영화관은 장병들에게 1천원 할인뿐 아니라 장병들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인기 영화의 상영시간을 장병들의 외출 시간에 맞춰 조정하기도 했다.

이렇게 버스를 타고 군부대 밖으로 나온 장병들은 읍내의 PC방이나 식당, 미용실, 코인노래방 등에서 지갑을 열며 활기를 불어넣는다.

[35사단 이전 10년](하) 장송곡까지 틀며 막았지만 이젠 '상생'
35사단과 임실군의 상생 효과 덕분인지 이제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군부대에 대한 인식과 대접이 달라지고 있다.

마냥 기피하거나 혐오할 시설이 아닌 지방의 경제적·사회적 위기 극복을 위한 전략으로 받아들여진다.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진영길 씨의 석사학위논문 '군부대 이전이 지역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2021)에도 군부대 이전지인 경남 함안군이 비 이전지인 의령군과 비교해 이전으로 인한 총부가가치와 GRDP(지역 내 총생산) 등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부대 이전을 두고 인근 지자체가 유치 경쟁을 하기도 한다.

현재 대구 군부대 이전을 두고 대구 군위군과 경북 칠곡군, 의성군, 영천시, 상주시는 각각 "군사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최상의 지리적 요건을 갖춘 지역"이라며 유혹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심민 임실군수는 "처음엔 (35사단) 이전 반대 여론이 심했는데 어느덧 35사단이 임실군에 주둔한 지 10년째를 맞아 여러 긍정적 효과를 실감하게 되니 감회가 남다르다"며 "앞으로도 군부대와 상생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다양한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