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전자 사옥. 사진=한경DB
삼성전자, LG전자 사옥. 사진=한경DB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잠정 실적 발표가 임박했다. 메모리 반도체 불황과 경기 침체, 소비 위축 등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공개할 '성적표'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실적의 발목을 잡고 있는 반도체 부문, LG전자는 신성장동력으로 키우는 자동차 전장(VS) 사업이 실적 희비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4분기 반도체 적자 축소…본격 회복세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모습. 사진=이솔 기자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모습. 사진=이솔 기자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하루 차이로 발표된다. 삼성전자는 오는 9일, LG전자는 이보다 하루 앞선 이날 오후 발표가 유력하다.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악화로 지난해 상반기 내내 영업이익이 1조원을 밑돌며 LG전자에 밀렸으나 지난해 3분기부터 영업익이 조 단위로 늘어나며 개선세로 접어들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각각 70조3601억원, 3조7441억원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적자 규모가 줄어들면서 직전 분기 2조4000억원 수준이던 영업익은 56%가량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기준 매출과 영업익은 각각 261조5436억원, 7조4886억원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 4조5800억원, 2분기 4조3600억원, 3분기 3조7500억원을 기록해 누적 적자만 12조6900억원에 달해 연간 영업익 급감이 불가피하다. 2022년 삼성전자 영업익은 약 43조원이었다.
삼성전자 3분기 잠정 실적. 그래픽=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삼성전자 3분기 잠정 실적. 그래픽=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다만 4분기부터 반도체 손실 폭이 크게 개선되면서 향후 실적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DS투자증권은 4분기 DS 부문이 9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DS 부문은 D램 가격 상승과 파운드리 가동률 회복에 힘입어 전분기 대비 영업적자 폭이 크게 축소될 것"이라며 "경쟁사보다 부진했던 비트그로스(Bit growth·비트단위로 환산한 출하량 증가율)는 4분기부터 감산 효과를 보면서 업계 평균을 웃돌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올해 1분기 삼성전자 DS 부문 흑자전환 및 메모리 가격 상승 등으로 연간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올 1분기 출시되는 갤럭시S24 시리즈를 필두로 인공지능(AI) 기술이 탑재되는 스마트폰과 PC 등 '온디바이스 AI(기기 자체에서 AI를 사용하는 기술)' 수요 등도 낸드 실적 기대 요인으로 꼽힌다. 이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액과 영업익은 각각 310조7000억원, 37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0%, 386%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적 방어' LG 전장 사업…연매출 10조 돌파 유력

서울 여의도 LG전자 사옥 모습./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LG전자 사옥 모습./사진=연합뉴스
LG전자는 마케팅 비용 반영 등으로 지난해 4분기 주력인 생활가전(H&A)과 홈엔터테인먼트(HE) 부문 수익성 하락이 예상된다. 고물가와 고금리 여파로 제품 수요 부진이 이어진 데다 TV는 대형 LCD TV 패널 가격이 지난해 10월 상승, 원화 약세까지 겹치면서 적자 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H&A 사업부 수익성은 4분기에 손익분기점(BEP) 수준까지 하락이 예상된다"며 "경기 침체로 인해 기업과 소비자간(B2C) 가전 제품 수요는 올해까지는 불확실성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효자 사업'으로 꼽히는 VS 사업이 전체 실적을 방어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는 지난해 4분기 LG전자의 매출과 영업익이 각각 22조8957억원, 6395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75% 822.80% 증가한 수치다. 연간으로는 지난해 한 해 LG전자 매출액 84조81억원, 영업익 3조9240억원으로 예상된다. 전년 대비 각각 0.64%, 10.50% 늘어났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용현
신용현
VS 사업 호조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VS 사업부 연매출 10조 돌파가 유력시된다. 2022년(8조6495억원)을 15% 가량 웃도는 것으로, 2013년 VS 사업부 출범 이래 사상 첫 매출 10조원 돌파다. 회사 측은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가 100조원에 육박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는 VS 사업 매출을 2030년 170억달러(약 22조원)까지 늘려 매출 비중을 2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 시대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VS사업본부) △전기차 파워트레인(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 △차량용 조명 시스템(ZKW) 등 3대 핵심사업 중심으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LG전자는 조직 개편을 통해 전장 사업의 마케팅 기능을 강화하는 본부 직속 '글로벌고객전략담당'을 신설했다. 올해 'CES 2024'에서 세계적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와 협업해 개발한 통합 플랫폼을 선보이고, 차세대 모빌리티 비전을 담을 '알파블' 콘셉트카 등을 공개하는 등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