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미국에서 165만 대의 차량을 팔아치우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미국 3대 자동차 브랜드인 크라이슬러를 산하에 둔 스텔란티스를 제치고 미국 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판매량 4위에 올랐다.

현대차·기아, 美 165만대 판매 '사상 최대'…첫 4위로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미국 연간 판매량이 전년 대비 12.1% 증가한 165만2821대를 기록했다고 4일 발표했다. 종전 최대치인 2021년 148만9118대보다 10% 가까이 많다.

현대차(제네시스 포함)는 11.5% 늘어난 87만370대, 기아는 12.8% 증가한 78만2451대를 판매했다. 모두 역대 최대다. 제네시스 역시 22.6% 늘어난 6만9175대로 사상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미국의 한 자동차 딜러는 “현대차그룹은 뛰어난 재고 관리와 풍부한 전기차·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 적극적인 할인 혜택 등으로 소비자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기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처음으로 미국 시장 ‘톱4’에 진입했다. 2021년 일본 혼다를 제치고 5위에 오른 지 2년 만에 한 단계 또 올라선 것이다. 종전 4위인 스텔란티스는 지난해 판매량(153만3670대)이 1.3% 줄어들며 현대차그룹과 순위를 맞바꿨다. 1~3위는 제너럴모터스(GM·257만7662대), 도요타(224만8477대), 포드(198만대 추정)가 차지했다.

특히 현대차·기아의 하이브리드카와 SUV가 판매 증가를 이끌었다. 현대차의 투싼은 1년 전보다 20% 늘어난 20만9624대가 팔리며 처음으로 연 20만 대 판매 고지를 돌파했다. 현대차 싼타페(13만1574대)와 기아 스포티지(14만780대)·텔루라이드(11만765대) 등도 10만 대 넘게 팔리며 최대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 전기차도 잘 팔렸다. 아이오닉 5는 전년 대비 48% 급증한 3만3918대가 팔렸고, 지난해 미국에 출시된 아이오닉 6는 1만2999대 판매됐다.

자동차 전문 시장조사업체 에드먼즈는 올해 미국 자동차 전체 판매량이 1570만 대로 지난해(1550만 대) 수준과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금리와 신차 가격 상승, 전기차 충전 인프라 부족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현대차그룹은 가격과 품질 모두 경쟁력 있는 모델로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빈난새/배성수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