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공정해야"…한국 기업이 美 'WSJ'에 광고 낸 사연은 [김병근의 남다른中企]
"태어남은 불공정하지만 기회는 공정해야 한다."("Birth is not fair, but opportunity must be fair.")

지난 19일 이런 문구를 담은 지면 광고가 미국 경제신문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장식하면서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광고를 낸 곳이 다름 아닌 세계 3위 LED(발광다이오드) 업체인 한국의 중견기업 서울반도체여서다.

한국 기업이 이례적으로 미국 언론에 광고를 게재한 사연은 이렇다. 서울반도체는 2022년 기준 글로벌 LED 시장에서 매출 약 1조900억원으로 일본 니치아화학공업, 2위 독일 ams오스람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국내 중소기업으로 출발했지만 내로라하는 선진국 대기업들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성장한 원동력은 특허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이런 특허를 무단 사용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저해하는 시도가 잇따름에 따라 특허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광고 게재에 나섰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서울반도체와 관계사 서울바이오시스 창업자인 이정훈 대표는 "18세기 이후 산업혁명 등을 이끈 동력인 특허가 85%의 절대 빈곤이 10%대로, 43%였던 유아 사망률이 3%로 낮아지는 계기가 됐다"며 "공정한 기회의 세상을 위해 특허가 존중되는 문화가 세계적으로 더 확산되길 바란다"고 했다.

서울반도체와 서울바이오시스는 지난 20여 년 동안 연구개발(R&D)에 1조원 넘게 투자해 핵심 특허 1만8000개를 확보했다. 이를 앞세워 2003년 이후 100차례에 걸친 소송에서 전승을 거뒀다. 이 대표는 "선진국이어서 지식재산 제도가 정비된 게 아니라, 제도가 정비 됐기에 선진국이 된 것"이라며 "'빛의 새로운 역사'와 '빛으로 세상을 깨끗하고 건강하고 아름답게'라는 비전 아래 인류가 빛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사는 데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허 존중을 촉구하는 서울반도체의 광고는 4일(현지시간) 한 차례 더 진행될 예정이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