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5000년 걸린 진화…AI가 5년 안에 끝낼 수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창간 60, 디지털 휴이넘이 온다
유발 하라리 교수 인터뷰 - AI 시대, 미래세대를 위한 조언
AI, 인간이 만든 '예측불허' 도구
'인공'보다 외계 지능에 가까워
향후 'AI 식민주의' 도래할 가능성
소수 국가·기업 데이터 독점 막고
생존하려면 새 기술 계속 배워야
유발 하라리 교수 인터뷰 - AI 시대, 미래세대를 위한 조언
AI, 인간이 만든 '예측불허' 도구
'인공'보다 외계 지능에 가까워
향후 'AI 식민주의' 도래할 가능성
소수 국가·기업 데이터 독점 막고
생존하려면 새 기술 계속 배워야
“나는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 상상 속의 질서와 지배적 구조를 창조해내는 인류의 독특한 능력을 재검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가 2022년 말 발표한 <사피엔스> 출간 10주년 특별판 서문 중 일부다. 인공지능(AI)의 비약적 발전을 지켜보는 역사학자 하라리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긴 문장이다. 이 글을 쓴 건 그가 아니라 생성형 AI 챗GPT-3다. AI에 ‘하라리 스타일로 <사피엔스> 10주년을 기념하는 서문을 쓰라’고 주문한 그는 그럴듯하게 완성된 글을 보고 “충격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로부터 1년여. 하라리 교수는 한국경제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사피엔스>(히브리어판 2011년 출간) <호모 데우스>(2015년) 이후 많은 것이 변했다”며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 베스트셀러 <호모 데우스>에서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AI 같은 과학기술을 등에 업고 신적인 존재 ‘호모 데우스’로 나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불멸에 도전하고, 인간과 비슷한 존재를 창조해내는 인류는 인공일반지능(AGI)을 넘어 초지능(super-intelligence)을 꿈꾸는 현재의 모습과 겹친다.
하라리 교수는 “지금껏 발명된 모든 기술·도구와 AI는 차원이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인류는 역사상 처음으로 20년 뒤 인간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전혀 알 수 없게 됐다”며 “인간의 예측을 벗어난 AI는 인공(artificial)보다는 외계(alien) 지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하라리 교수에게는 매주 수십 건의 인터뷰 요청 메일이 쏟아진다. 이를 관리하는 별도 팀까지 둔 그는 ‘AI 시대, 미래 세대를 위한 조언’이 주제라는 이야기에 이 인터뷰를 수락했다. 하라리 교수는 최근 청소년을 위해 인류의 역사를 쉽게 풀어쓴 <멈출 수 없는 우리 2>를 출간할 정도로 미래 세대에 깊은 애정을 보인다.
AI 시대에 대응해 인간은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까. 하라리 교수는 “나는 결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며 “역사가로서 과거에 대한 지식을 활용해 미래에 가능한 시나리오 지도를 그려보고, 사람들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를 경고할 뿐”이라고 답했다.
그가 그리는 최악의 시나리오 중 하나는 AI를 앞세운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의 등장이다. 미국과 중국 같은 ‘AI 열강’이 AI산업을 무기화해 다른 나라를 식민지로 거느리는 암울한 미래가 올 수 있다는 얘기다.
하라리 교수는 “데이터는 새로운 AI 개발의 원동력”이라며 “국제적 연대를 통해 소수 기업, 소수 정부, 소수 국가가 데이터를 독점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AI가 남북관계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AI가 남북관계의 유일한 위험 요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무질서한 가운데 각국이 심각한 AI 군비 경쟁에 매몰되면 누군가는 선제공격을 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하라리 교수는 AI의 긍정적 잠재력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AI를 금지할 수도 없고 금지해서도 안 됩니다. 매년 수백만 명이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는데, 이 중 90% 정도는 사람의 실수로 인한 것입니다. AI를 활용한 완전 자율주행차는 무수한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단지 우리가 위험도 함께 인지해야 한다고 말하는 겁니다.”
새로운 교육을 위한 투자도 촉구했다. 하라리 교수는 “교육은 미래의 최전선(frontier)”이라며 “오늘날 교육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미래 사람들에게 어떤 기술이 필요할지 전혀 모른다”며 “누군가는 아이들에게 컴퓨터 코딩하는 방법을 가르치자고 하지만, 이미 AI가 코드를 스스로 작성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의 초점은 ‘배우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변화에 유연한 마음을 갖는 방법과 실패나 미지의 변화에 끊임없이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하라리 교수는 “우리가 20년 후 세상에 대해 알 수 있는 유일한 사실은 세상이 매우 빠르게 변할 것이라는 점뿐”이라며 “사람들은 커리어 전반에 걸쳐 기술을 계속 새로 배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류 중에 5000년에 걸친 농업혁명의 전 과정을 살아서 지켜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AI 혁명은 5년, 길어야 50년 안에 진행될 겁니다. 지금의 아이들이 80세가 되면 세상은 오늘날과 완전히 다를 겁니다. 그게 제가 AI가 가져올 미래에 대해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사실입니다.”
■ 유발 하라리 교수는…
이스라엘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 인류의 기원과 미래를 탐구하는 세계적 지성이다. 그의 ‘인류 3부작’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세계적 베스트셀러로, 인류의 약진과 문명 발달사에 대한 대담한 가설과 흥미로운 서술로 학계와 독자들을 열광시켰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가져올 충격에 대비해 국제적으로 연대해야 한다는 공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가 2022년 말 발표한 <사피엔스> 출간 10주년 특별판 서문 중 일부다. 인공지능(AI)의 비약적 발전을 지켜보는 역사학자 하라리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긴 문장이다. 이 글을 쓴 건 그가 아니라 생성형 AI 챗GPT-3다. AI에 ‘하라리 스타일로 <사피엔스> 10주년을 기념하는 서문을 쓰라’고 주문한 그는 그럴듯하게 완성된 글을 보고 “충격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로부터 1년여. 하라리 교수는 한국경제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사피엔스>(히브리어판 2011년 출간) <호모 데우스>(2015년) 이후 많은 것이 변했다”며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 베스트셀러 <호모 데우스>에서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AI 같은 과학기술을 등에 업고 신적인 존재 ‘호모 데우스’로 나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불멸에 도전하고, 인간과 비슷한 존재를 창조해내는 인류는 인공일반지능(AGI)을 넘어 초지능(super-intelligence)을 꿈꾸는 현재의 모습과 겹친다.
하라리 교수는 “지금껏 발명된 모든 기술·도구와 AI는 차원이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인류는 역사상 처음으로 20년 뒤 인간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전혀 알 수 없게 됐다”며 “인간의 예측을 벗어난 AI는 인공(artificial)보다는 외계(alien) 지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하라리 교수에게는 매주 수십 건의 인터뷰 요청 메일이 쏟아진다. 이를 관리하는 별도 팀까지 둔 그는 ‘AI 시대, 미래 세대를 위한 조언’이 주제라는 이야기에 이 인터뷰를 수락했다. 하라리 교수는 최근 청소년을 위해 인류의 역사를 쉽게 풀어쓴 <멈출 수 없는 우리 2>를 출간할 정도로 미래 세대에 깊은 애정을 보인다.
AI 시대에 대응해 인간은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까. 하라리 교수는 “나는 결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며 “역사가로서 과거에 대한 지식을 활용해 미래에 가능한 시나리오 지도를 그려보고, 사람들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를 경고할 뿐”이라고 답했다.
그가 그리는 최악의 시나리오 중 하나는 AI를 앞세운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의 등장이다. 미국과 중국 같은 ‘AI 열강’이 AI산업을 무기화해 다른 나라를 식민지로 거느리는 암울한 미래가 올 수 있다는 얘기다.
하라리 교수는 “데이터는 새로운 AI 개발의 원동력”이라며 “국제적 연대를 통해 소수 기업, 소수 정부, 소수 국가가 데이터를 독점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AI가 남북관계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AI가 남북관계의 유일한 위험 요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무질서한 가운데 각국이 심각한 AI 군비 경쟁에 매몰되면 누군가는 선제공격을 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하라리 교수는 AI의 긍정적 잠재력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AI를 금지할 수도 없고 금지해서도 안 됩니다. 매년 수백만 명이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는데, 이 중 90% 정도는 사람의 실수로 인한 것입니다. AI를 활용한 완전 자율주행차는 무수한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단지 우리가 위험도 함께 인지해야 한다고 말하는 겁니다.”
새로운 교육을 위한 투자도 촉구했다. 하라리 교수는 “교육은 미래의 최전선(frontier)”이라며 “오늘날 교육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미래 사람들에게 어떤 기술이 필요할지 전혀 모른다”며 “누군가는 아이들에게 컴퓨터 코딩하는 방법을 가르치자고 하지만, 이미 AI가 코드를 스스로 작성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의 초점은 ‘배우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변화에 유연한 마음을 갖는 방법과 실패나 미지의 변화에 끊임없이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하라리 교수는 “우리가 20년 후 세상에 대해 알 수 있는 유일한 사실은 세상이 매우 빠르게 변할 것이라는 점뿐”이라며 “사람들은 커리어 전반에 걸쳐 기술을 계속 새로 배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류 중에 5000년에 걸친 농업혁명의 전 과정을 살아서 지켜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AI 혁명은 5년, 길어야 50년 안에 진행될 겁니다. 지금의 아이들이 80세가 되면 세상은 오늘날과 완전히 다를 겁니다. 그게 제가 AI가 가져올 미래에 대해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사실입니다.”
■ 유발 하라리 교수는…
이스라엘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 인류의 기원과 미래를 탐구하는 세계적 지성이다. 그의 ‘인류 3부작’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세계적 베스트셀러로, 인류의 약진과 문명 발달사에 대한 대담한 가설과 흥미로운 서술로 학계와 독자들을 열광시켰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가져올 충격에 대비해 국제적으로 연대해야 한다는 공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