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킬러로봇’처럼 인류를 파괴할 수 있다.”(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AI, 킬러로봇처럼 인류 해칠 것 vs 세계 불균형 해소할 핵심 기술
“세계 불균형을 해결할 핵심 기술이 될 것이다.”(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챗GPT의 등장으로 생성형 AI 기술 경쟁이 고도화하면서 AI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가드레일 없는 속도전 위주의 AI 기술 개발이 인류를 해칠 것이라는 ‘두머(doomer)’와 AI가 인류의 번영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는 ‘부머(boomer)’ 간 대립이다.

작년 11월 업계를 떠들썩하게 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해임 사태는 이 갈등의 축소판이었다. 구글 등 빅테크에 맞서 대규모언어모델(LLM) GPT 개발에 속도를 내는 올트먼에 대해 공동 창업자이자 수석과학자인 일리야 수츠케버는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이사회에 올트먼의 해임을 건의한 수츠케버는 ‘AI 4대 구루’ 중 한 명인 제프리 힌턴 교수의 제자다. ‘딥러닝의 아버지’로 불리는 힌턴 교수는 작년 5월 구글을 그만두며 “AI 발전으로 인한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힌턴 교수는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와 함께 4대 구루 중 ‘두머’로 분류된다. 이들은 더 안전한 AI 개발을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얀 르쿤 뉴욕대 교수(메타 부사장 겸 수석AI과학자)와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는 AI 개발론자인 ‘부머’로 분류된다.

기업인 중에선 빌 게이츠와 올트먼은 부머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수츠케버 등은 두머로 볼 수 있다. 게이츠는 “AI가 의료, 교육 등을 혁신하고 있다”며 “AI가 보편화할수록 불균형도 점차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AI 기술의 발달로 ‘강력한 인공지능’ 즉 인공일반지능(AGI) 시대가 수년 내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두머와 부머 간의 대립은 심화하고 있다.

AGI란 주어진 모든 상황에서 인간처럼 추론, 학습,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AI를 말한다. 인간의 명령 없이도 스스로 판단하고 일할 수 있어 ‘완전한 AI’로도 불린다. 아직 AI업계에서 통용되는 AGI에 대한 명확한 판별 기준이나 정의가 내려진 것은 아니다. 오픈AI에선 AGI를 ‘인간보다 똑똑한 AI 시스템’으로 정의하고 있다.

AGI의 등장 시점을 놓고도 갑론을박이 거세다. AI 반도체 개발사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AI 기술 고도화로 5년 후 AGI 수준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머스크 CEO는 AGI에 도달할 시점을 3년 이내로 예측하기도 했다.

AI 개발론자인 부머 중에도 AGI 등장에 회의적인 이들이 있다. ‘AI 비서’를 데리고 일한다면 인류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주장하는 르쿤 교수는 AGI와 관련, “인간 수준의 AI 등장 시기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고, 위험도 과장됐다”고 평가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