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헌
김영헌
세상 모든 화가가 그리는 주제는 다 똑같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세상의 아름다움과 진리’를 그림으로 보여주려고 한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이를 표현하는 방법은 천차만별이다. 조르주 쇠라나 김환기는 ‘점’으로 세상의 모든 걸 표현하려 했다. 반면 키스 해링처럼 단순한 선과 원색을 쓴 사람도 있고, 마크 로스코처럼 ‘색면(色面)’을 사용한 작가도 있다.

김영헌 작가(60)는 세상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주파수’를 택했다. 서울 삼청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프리퀀시’는 그런 김 작가의 작품 22점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홍익대 회화과와 영국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 칼리지, 런던예술대학교 첼시 칼리지 등에서 공부한 그는 미국과 프랑스, 홍콩 등을 주 무대로 활동해온 작가다. 1995년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탈 때까지만 해도 설치미술을 주로 했지만, 10여년 전부터는 회화에 집중하고 있다.

김 작가의 작품에선 옛날 브라운관 TV에서 볼 수 있는 조정 화면이 연상된다. 여러 대비되는 색이 뒤섞여있기 때문이다. 그림에서는 나무의 나이테나 물결과 같은 파장 모양도 보인다.
김영헌
김영헌
작품 속 부드럽고 유연한 부분은 붓으로, 직선적이고 각진 부분은 칼로 그린 것이다. 김 작가는 “붓이 아날로그적인 부드러움을 상징한다면 칼은 0과 1 둘로만 나뉘는 디지털적 속성을 상징한다”며 “이를 통해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뒤섞인 지금 시대가 주는 느낌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진명 미술평론가는 “서로 대비되는 색과 형상을 통해 생명력과 보는 즐거움을 동시에 전달하는 작품들”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월 20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