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딜레마…"붐비는 건 싫은데 든든한 돈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최근 이탈리아 북부 수상도시 베네치아는 올해 6월부터 단체 관광객의 규모를 25명으로 제한하고 관광 가이드의 확성기 사용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베네치아는 올해 4월부터 당일치기 관광객에게 입장료 5유로(약 7천원)도 부과한다. 코로나19가 끝난 뒤 세계적 관광명소인 이 도시에 관광객이 폭증하면서 환경 파괴는 물론 주민의 일상까지 위협받는 부작용이 커진 탓이다.
이탈리아 외에도 영국 맨체스터나 스페인 발렌시아, 포르투갈 어촌 마을 올량 등 새로 관광세를 도입하는 지역이 늘었다.
프랑스와 크로아티아 등 일부 국가는 인기가 덜 한 곳으로 관광객을 유도하기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고 스코틀랜드와 아이슬란드는 '느린 관광'을 장려하고 있다.
'느린 관광'은 지속 가능한 관광 형태로, 이동 수단을 줄이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탐험하는 동시에 환경을 보호하는 게 특징이다.
과잉 관광에 현지 주민이 겪는 불편함이 커지다 보니 유럽 대도시 곳곳에서는 '이건 관광이 아닌 침략', '관광객, 당신은 테러리스트'라고 쓴 낙서를 발견할 수 있다.
텔레그래프는 그러나 정작 유럽에서 관광 산업이 사라지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여행관광협회(WTTC)에 따르면 2022년 관광 산업은 유럽 경제에 1조6천억 파운드(약 2천646조원)를 안겼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 7% 낮지만, 2020년과 2021년에 비하면 대폭적인 상승이다.
유럽 전역에서 약 3천470만명이 관광업에 종사하고 지중해 지역 국내총생산(GDP)의 약 15%가 관광업에서 창출된다.
텔레그래프는 유럽 각국에서 관광업이 무너졌을 때 발생할 경제적 우려를 사례별로 전망했다.
대표적으로 실업률이 12.8%로 유럽연합(EU)에서 가장 심각한 스페인에서는 약 300만 명이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다. 관광 산업이 없다면 추가적인 대량 실업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탈리아의 국가 보건 예산은 한 해 관광 수입과 비슷한 수준이고, 포르투갈 관광 산업은 2022년 무려 61.6% 성장해 GDP의 15.8%에 해당하는 330억 파운드(약 5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포르투갈에서는 2022년에 전년보다 8만3천개의 일자리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한때 국가 부도 위기를 겪은 그리스는 관광업이 경제의 생명줄로, GDP의 약 5분의 1을 차지한다. 인구 1천30만명 중 약 80만 명이 관광업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특히 주민 1만5천명의 산토리니에는 연간 최대 20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 이 지역 GDP의 90%가 관광업에서 나온다.
프랑스에서도 코로나19로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을 때 약 20만개 일자리가 사라진 아픈 경험이 있다.
텔레그래프는 "팬데믹으로 많은 국가가 한꺼번에 몇 달 동안 관광이 중단되면 국가와 지역 경제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경험했다"며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국가와 도시는 과잉 관광과 경제 사이의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고 짚었다.
유럽인이 과잉 관광에 불평하면서도 정작 자신들 역시 그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도 나온다.
엔데믹 이후 보복 관광이 늘면서 2022년 영국에서만 누적 7천100만명이 해외를 방문했고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핀란드, 프랑스, 오스트리아에서는 국민 4명 중 3명 이상이 휴가를 떠났다.
조시형기자 jsh1990@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