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장기전 준비한다지만…"2025년까지 사상자 50만명 이를 판"

영국 군정보기관 "러시아군, 저질의 숫자만 앞세우는 군대 전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몇년이고 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실상은 2025년까지만 더 전쟁을 이어가도 사상자가 50만명을 넘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영국 군정보기관인 국방정보국(DI)은 30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로 공유한 일일 보고서에서 "2023년 동안 우크라이나에서의 러시아군 일평균 사상자 수는 2022년보다 거의 하루당 300명 가까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처럼 사상자 수가 늘어난 건 러시아군의 수준 저하와 2022년 9월 부분동원령으로 예비군을 징집하면서 저질의, 숫자를 앞세우는 큰 군대로 변화했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임이 거의 확실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만약 내년 이후에도 현 수준의 사상자 수가 유지된다면 2025년까지 3년여 간의 전쟁에서 러시아군은 50만명이 넘는 병사가 죽거나 다치게 된다.

이건 9년간 소련-아프간 전쟁의 소련 사상자가 7만명이었던 것과 비교된다"고 짚었다.

DI는 "러시아가 고도로 훈련되고 숙련된 군인 집단을 재건하는 데는 5년에서 10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랜트 섑스 영국 국방장관도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DI 보고서 내용을 소개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무의미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엑스에 올린 또 다른 글에서는 "우크라이나가 푸틴 같은 폭군에게서 스스로를 지키도록 홀로 놓아둘 수는 없다.

지금은 우리가 지원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독일 매체 빌트는 지난 14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러시아가 2026년까지 전쟁을 이어가면서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운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도 자체 보고서에서 빌트가 보도한 내용의 진위를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으나 최근 러시아가 장기전을 준비하는 움직임을 보여온 것과 일치하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달 초 러시아군 전체 병력을 115만명에서 132만명으로 늘리는 대통령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올여름 러시아군을 국경 너머로 몰아내겠다며 '대반격 작전'을 개시했으나 러시아군 방어선에 가로막혀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장기화하는 전쟁에 서방의 군사원조가 시들해지고 소모전이 지속되면서 최전방의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은 무기 부족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가운데 러시아군은 세밑인 29일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들을 겨냥해 개전 후 최대 규모의 공습을 감행했다.

미사일만 122발이 동원된 이 공습으로 우크라이나에선 최소 144명이 숨지고 산부인과 병원과 학교, 아파트 등이 무너지면서 다수의 실종자가 발생했다.

그 이튿날인 30일에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 벨고로드에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이 떨어졌다.

러시아 정부는 이 공격으로 어린이 1명을 포함해 10명이 숨졌고 45명이 다쳤다고 집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