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입양아 출신 싱글맘 지원단체 대표 이유리씨 인터뷰
"해외 입양아도 한국의 아이들…정부 지원 강화해야"
"한국은 완벽한 부모 꿈꿔…돈 없어도 결혼·출산할 수 있어야"
"한국 사람들은 자녀에게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해요.

하지만 소외계층의 가정을 위한 지원책은 부족하기 때문에 출산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
네덜란드 싱글맘을 보듬는 '싱글 슈퍼맘 재단'의 창립자 겸 대표 이유리(현지명 이스라 리)씨는 한국의 고질적인 저출산 원인을 이렇게 짚었다.

이씨 자신도 네덜란드로 입양을 간 해외 입양자인 동시에 한때 홀로 아들을 키운 싱글맘이다.

그는 지난 29일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자신이 싸워온 편견과 질곡, 부모들을 위한 지원 확대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씨가 맞이한 첫 시련은 생부와 생모의 이혼이었다.

아이를 키울 여력이 없었던 어머니, 새 가정을 꾸린 아버지는 누구도 아이를 양육할 수 없었고, 결국 이씨는 태어난 지 13개월 만에 네덜란드로 입양됐다.

이씨는 "네덜란드에 갔지만 양부모님도 이혼하셔서 위탁가정을 전전했다"고 돌아봤다.

심지어 함께 입양됐던 이씨의 언니는 양부한테 몹쓸 짓까지 당했다고 한다.

"사방에 나랑 생김새가 다른 백인들이었고 가정의 울타리마저도 없었던 탓에 저는 어디에서나 외부인이었죠."
이방인의 성장기를 거쳐 스무살이 됐을 무렵 한국에 돌아와 처음 만난 친어머니는 며칠 동안 쉬지 않고 울었다고 한다.

딸들과 생이별해야 했던 어머니의 슬픔에 대한 마음의 울림, 자신에게 찾아온 소중한 생명을 홀로 보듬은 기억은 2008년 이씨가 '싱글 슈퍼맘 재단'을 창립하게 된 계기가 됐다.

이씨는 "어머니는 당시에 아이도, 권리도, 집도, 재산도 없이 남겨졌고 정말 큰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며 "모든 한 부모, 남녀와 무관한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아이를 키울 기회를 주는 것이 내 사명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완벽한 부모 꿈꿔…돈 없어도 결혼·출산할 수 있어야"
그가 설립한 '싱글 슈퍼맘 재단'은 네덜란드 안팎의 싱글맘과 자녀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법률 정보나 교육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그 노고를 인정받아 2017년에는 막시마 소레기에타 네덜란드 왕비가 암스테르담에 있는 재단을 직접 방문해 격려하기도 했다.

이씨는 "왕비는 나와 내 일을 매우 자랑스러워하며 응원한다"며 "새로운 프로그램이 나오면 '좋아요.

싱글맘을 응원합니다'라고 댓글을 달기도 한다"고 웃었다.

유럽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씨는 자신의 다음 과업으로 선한 영향력을 전 세계로 퍼뜨리는 것을 꼽았다.

특히 올 한 해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출생 미신고 영아' 문제와 저출산 문제를 언급하며 한국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씨는 "한국의 많은 싱글맘이 부족한 주변 환경 탓에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넣고 있다"면서 "너무 많은 아기가 죽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네덜란드에는 부유하지 않음에도 아이가 5명이나 되는 가정도 적지 않다"며 "정부가 주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한국처럼 '돈이 있어야 해', '좋은 집이 있어야 해', '모든 것이 있어야 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씨의 또 다른 개인적 소망은 세상을 떠난 자신의 아버지를 제대로 추모하는 것이다.

이씨의 아버지는 입양됐다 성년이 돼 돌아온 딸에게 눈물을 흘리며 사과하며 딸을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했다.

이씨 또한 그러한 친부를 용서하고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씨는 지난 3월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임종도 지키지 못했다.

이씨는 "아버지의 새 아내는 나나 나의 친모, 언니 누구에게도 아버지의 임종 소식을 전하지 않았고 지금도 아버지가 어디에 묻혀있는지도 모른다"며 애통해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