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가 올해 첫 기술도입 물질로 항체약물접합체(ADC)를 선택했다. 중국 메디링크테라퓨틱스의 고형암 치료제 후보물질을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사들였다. 업계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ADC가 주요 신약개발 기전(모달리티)으로 주목받을 것을 전망하고 있다.로슈는 메디링크와 고형암 치료제 후보물질 ‘YL211’을 도입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2일(현지시간) 밝혔다.YL211은 간세포성장인자수용체(c-MET)을 선택적으로 표적해 결합하는 ADC다. 메디링크는 암 동물모델 등을 대상으로 전임상을 진행한 결과 YL211의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했다.로슈는 YL211의 전 세계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YL211의 임상 1상은 메디링크와 로슈의 중국 혁신센터(China Innovation Center)가 공동으로 진행할 예정이다.총 계약 규모는 10억달러, 계약금 및 단기 마일스톤은 5000만달러(약 655억원)다. 지난해 다국적제약사들은 ADC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기 위해 주요 물질과 기업을 인수했다. 업계는 올해도 ADC 파이프라인 확보 및 개발을 위한 글로벌 경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허투의 상업화 성공은 ADC 치료제 개발에 대한 빅파마들의 공격적인 투자를 촉진시켰다”며 “지난해 중요한 인수합병 및 기술이전 계약은 대부분 ADC 파이프라인과 관련됐다”고 했다.화이자는 작년 3월 미국 ADC개발사 시젠을 총 기업가치 430억달러(약 56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2019년 애브비가 엘러간을 630억달러 규모로 인수한 이후 제약바이오 업종의 최대 규모 계약이다.애브비는 지난달 이뮤노젠을 101억 달러(약 13조원)에 인수하며 난소암치료제 ‘엘라히어’를 확보했다. 국내 레고켐바이오는 지난 12월 얀센에 TROP2 표적 ADC를 17억2250만달러(약 2조2400억원), 계약금 1억달러 규모로 이전했다. 메디링크는 지난 10월 HER3 표적 ADC ‘YL202’를 바이오엔텍에 총 10억달러, 계약금 7000만달러 규모로 기술이전했다. 지난해까지 FDA 승인을 받은 ADC는 총 11개다. 올해는 3개의 ADC 약물이 FDA 품목허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다이이찌산쿄의 ‘DATO-DXd’가 유방암 치료제로, 애브비의 ‘TELKISO-V’와 머크의 ‘U3-1402’가 각각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품목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경기회복, 금리 하향 안정화 가시화에 따라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텍간의 M&A 및 기술제휴로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라며 “분야별로는 여전히 ADC가 대세로 주목받으며 세포유전자치료제(CGT)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가 새로운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미국 바이오업체 보이저 테라퓨틱스(Voyager Therapeutics)와 협력관계를 확대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노바티스는 보이저에 최대 13억 달러(약 1조 7000억원)를 지급할 예정이다.보이저는 2일(현지시간) 노바티스와 전임상단계의 헌팅턴병과 척수성 근위축증 유전자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해 독점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이번 계약에 따라 노바티스는 신규 발행된 보이저 주식 2000만 달러어치 매입을 포함해 총 1억 달러를 선불로 지급했다. 이후 단계별 로열티로 최대 12억달러를 추가 지불하기로 했다.노바티스는 이를 통해 헌팅턴병과 척수성 근위축증과 관련된 보이저의 트레이서 캡시드에 대한 표적 독점 라이선스를 확보하게 됐다. 캡시드란 유전자 치료제가 체내로 전달될 때 이를 보호하는 껍질이다. 또한 양사는 헌팅턴병에 대한 전임상 유전자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하기 위해 협력할 예정이다.노바티스는 2022년 이후 보이저의 캡시드 기술에 꾸준히 투자해왔다. 2022년 3월에는 신경계질환 유전자치료제에 사용하는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 캡시드의 3가지 후보물질에 대한 라이센스 계약을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이중 2개 후보물질에 대해 옵션을 행사하며 2500만 달러를 지불했다.신경계 질환은 노바티스의 4대 주요 연구개발 영역 중 하나다. 노바티스는 이외에도 루게릭병(ALS), 다발성 경화증,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및 기타 신경학적 질환에 치료법을 개발 중에 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세포치료제 연구개발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산업화 수준은 아직도 199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고가의 세포치료제 가격을 낮추려면 공정을 자동화할 필요가 있습니다.”칼 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사진)는 국내 언론과 최초로 한 인터뷰에서 비싼 세포치료제의 단가를 낮추는 열쇠로 ‘공정 자동화’를 꼽았다. 그는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첫 번째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킴리아’를 개발해 암 치료의 판도를 바꾼 인물이다. CAR-T 치료제는 암세포만을 찾아 공격할 수 있도록 조작한 세포치료제다. 한 번의 투여로 대량의 암세포를 사멸할 수 있어 ‘꿈의 항암제’로 불린다.CAR-T 치료는 환자의 세포를 추출해 약을 만든 뒤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모든 과정은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의 수작업으로 이뤄지는데 이는 치료제 단가를 높이는 원인이다. 국내 기준 킴리아 가격은 약 3억6000만원이다. 준 교수는 “과거 기술자들이 수작업으로 생산하던 자동차를 이제는 로봇이 만드는 것처럼 세포치료제도 자동화 공정을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제조 공정 자동화는 저렴하게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을뿐 아니라 CAR-T 개발 속도를 높일 전망이다. 준 교수는 “치료 비용을 70% 정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기초연구부터 마케팅, 제조, 상업화가 더 빠른 속도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2일 기준 세계적으로 약 1300건의 CAR-T 치료제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2010년 기준 3건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5조원 규모인 CAR-T 시장은 2032년 약 115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29.8%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예스카타가 매출 10억달러를 넘겨 첫 블록버스터 CAR-T 치료제가 탄생하기도 했다.준 교수는 “각각 세부 암종에 따라 서로 다른 CAR-T 치료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FDA 승인을 받은 CAR-T 치료제 6종은 모두 혈액암 치료제로 고형암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그는 세포 엔지니어링 기술이 발달하며 새로운 치료제가 빠르게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례로 CAR-T 치료제의 재료를 T세포가 아닌 자연살해(NK)세포, 대식세포(M) 등 다른 면역세포로 바꿔 치료제 효과를 높이는 연구가 활발하다. 암뿐 아니라 관절염, 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 등 다양한 질환으로 확대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준 교수는 “향후 10년 안에 공정 자동화와 고형암 CAR-T 개발이 모두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또 소아암 환자를 대상으로 CAR-T 치료제를 우선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준 교수는 “소아 환자는 성인보다 화학요법 부작용이 크고 재발률도 높다”며 “성장발달이나 신경학적인 영향이 있어 더 치명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작용이나 독성이 화학요법보다 적은 CAR-T 치료제가 언젠가 표준치료로 자리매김할 날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펜실베이니아=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