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애플워치의 특허권 침해 분쟁과 관련해 일부 기종의 수입을 금지한 국제무역위원회(ITC) 결정을 그대로 인정했다. 지난 9월 출시한 애플워치 신제품을 미국에서 팔기 어려워지면서, 애플의 매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애플은 이번 결정에 불복해 항소했다.
애플워치 美서 못판다…애플 실적 '먹구름'

애플워치 미국 판매 재개 불가능해져

미국 백악관 직속 기관인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캐서린 타이 대표는 26일(현지시간) “신중하게 협의한 끝에 ITC의 수입 금지 조치를 취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ITC의 결정이 최종적으로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애플은 ITC의 결정대로 이날부터 특허권 침해 분쟁에 휘말린 애플워치 시리즈9과 애플워치 울트라2 모델을 미국으로 수입하지 못하게 됐다. 이번 결정으로 사실상 미국 내 판매가 중단됐다. 애플은 ITC 결정이 유지될 것에 대비해 미국에서 온라인 판매를 지난 21일, 매장 판매를 25일부터 중단했다. 단 저가 모델인 애플워치SE는 계속 판매한다.

애플워치는 2014년 처음 출시된 애플의 주력 제품 중 하다. 애플워치가 애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정확한 비율은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3분기(7~9월) 애플워치를 포함한 웨어러블·홈·액세서리 부문 매출은 93억달러(약 12조원)를 기록했다. 3분기 전체 매출(895억달러)의 10.4%를 차지한다.

ITC는 올 10월 애플이 의료기술 업체 마시모의 혈중 산소 측정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해당 기술을 적용한 애플워치의 미국 수입을 금지했다. 애플워치는 중국 등 다른 국가에서 생산되고 있다. 미국 수입 금지가 곧 미국 내 판매 중단되는 이유다. ITC의 명령은 미국 백악관에 넘어가 USTR에서 지난 2개월간 검토 기간을 거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USTR 검토를 토대로 이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이를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마시모 특허 침해 논란…애플은 항소

애플은 2020년 시리즈6 모델부터 혈중 산소 농도 측정 기능을 적용했다. 이에 대해 마시모는 “애플이 특허를 훔쳤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2013년부터 애플워치 개발을 준비하면서 마시모 직원을 여럿 영입했다. 이 중 마시모의 최고의료책임자(CMO)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시모는 2020년 애플을 영업 기밀 탈취 및 10가지 특허 침해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올해 1월 미국 법원은 “빛을 사용해 사용자의 맥박과 혈중 산소 농도를 측정하는 애플워치의 기술이 마시모의 특허 1개를 침해했다”며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애플 측은 정부 결정에 반발하며 항소했다. 애플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ITC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으며, 애플워치 시리즈9과 애플워치 울트라2를 미국 고객에게 가능한 한 빨리 판매하기 위해 모든 조처를 하고 있다”며 “워싱턴DC에 있는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애플워치 신제품이 마시모의 특허를 침해했는지를 미 관세국경보호청이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애플의 수입 금지 중단 요청을 법원이 심리하는 동안 금지 조치를 일시 중지해줄 것도 요청했다. 애플 측은 “관세국경보호청이 내년 1월 12일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ITC는 “애플워치의 판매 금지 조치를 중단해 달라는 애플의 요청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ITC는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이같이 언급하고 “애플의 신청에 대해 위원회가 답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달라”고 밝혔다.

이날 애플 주가는 전날보다 0.28% 하락한 주당 193.05달러에 마감했다. 시간 외 거래에서도 0.078% 하락하는 등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애플워치 판매 임시 중단을 예고한 전날인 지난 15일 대비 2%가량 떨어졌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