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세종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9회 대한민국 공무원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세종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9회 대한민국 공무원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연합뉴스
끈질긴 심층 분석으로 정유업계가 받아간 세금 과다환급분 5000억원을 다시 받아낸 관세주사, 세계 최대 300조원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기여한 행정 사무관, 전쟁지역 인근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역대 최대 규모의 대 폴란드 방산수출 성과를 내도록 지원한 서기관….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해 온 공무원 55명이 26일 인사혁신처가 세종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제9회 대한민국 공무원 시상식'에서 포상을 받았다. 이날 행사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수상자들에게 상장을 수여하고 가슴에 훈장을 달아줬다. 이 행사에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것은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이날 시상식에는 처음으로 국무위원 전원이 참석해서 수상 공무원들을 함께 축하했다.

수상자들은 본업에 충실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적극적인 업무 수행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이들이다. 훈장을 받은 홍석구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사무관은 유제품 소비가 늘어나고 있지만 생산비 연동제 때문에 생산이 늘지 못하는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음용유와 가공유 용도에 따라 서로 다른 가격을 적용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어렵고 위험한 업무를 담당하며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공무원도 많다. 한정민 서울시 119특수구조단 소방경은 20여년간 천안함 폭침 사고, 대청도 지뢰 사고,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 등 여러 대형 재난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했다. 특히 필리핀 타클라반 현장 등 국제 구조활동에 일곱 번이나 참여해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위상을 높여 훈장을 받았다.

오혁진 해양경찰청 창원해양경찰서 경위(훈장)는 열악한 조직과 인력에도 불구하고 헌신적이고 끈질긴 수사로 830억원 상당의 기술유출 사범 9명을 검거하는 등 높은 성과를 낸 공을 인정받았다.

국가 경제를 키우는 데서도 공무원의 역할은 결코 작지 않다. 류종민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사무관(근정포장)은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해 투자를 유치하고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마성민 방위사업청 서기관(근정포장)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벌어지는 곳 인근까지 오가며 역대 최대인 123억달러 대 폴란드 방산수출 성과를 거두는 데 일조했다.

최원철 기상청 방송통신주사(근정포장)는 지진화산정보시스템 인프라를 정비해서 지진조기경보시간을 50초에서 5~10초 수준으로 단축하는 데 기여했다. 그는 데이터베이스 이중화를 통해 장애 복구시간도 수 시간에서 5분 이내로 단축하고, 화산이나 지진 발생으로 시스템 운영이 중단되면 실시간으로 원격지에서 재해 복구를 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이진순 서울세관 관세주사는 정유업계의 비정상 과다환급 사례를 적발해서 연 5000억원에 달하는 국고 누수를 잡아낸 공로를 높게 평가받아 근정포장을 수상했다. 그는 9개월 동안 100여종에 달하는 원유의 규격별 특성과 업체별 공정실태를 스스로 분석해서 과다환급이 발생하는 원인을 찾아냈다. 또 다국적기업들이 특수거래 관계를 이용해서 탈세를 한 것을 코로나19 전후 기업 손익비교 등을 통해 여럿 적발해낸 '쪽집게'다.

수상자들에게는 특별 승진과 성과급 최고등급 등의 인사 특전이 부여되며, 수상 사례는 공무원 교육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수상자들을 일일이 치하한 후 "정부의 존재 이유는 오로지 국민이고, 모든 국민이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정부와 국가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시각으로 정책을 되짚어보고 개선할 부분은 빠르게 시정해 국민이 그 결과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저 역시 직업 공무원 출신으로 우리 공무원 여러분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정부는 국민을 위해서 헌신하는 공직자의 처우와 근무 여건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늘 현장에 민생이 있다는 자세로 현장을 수시로 찾고 국민의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도록 더욱 귀를 기울여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