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의 봄.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의 봄 단체관람에 대한 보수단체의 고발이 교권 침해라는 주장이 나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5일 SNS에 올린 '영화 ‘서울의 봄’ 단체관람 관련 교권 침해에 대한 입장'이란 글에서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사태를 교사의 교육권 혹은 이른바 ‘교권’에 대한 침해의 한 유형이라고 새롭게 판단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내 한 고등학교 교장은 최근 가로세로연구소와 자유대한호국단으로부터 고발당했다. 이 학교가 영화 ‘서울의 봄’ 단체 관람을 했다는 이유다. 이들 단체는 ‘서울의 봄’ 단체 관람을 했던 다른 학교 앞에서도 항의 집회를 벌인 바 있다.

조 교육감은 이 사태를 교권 침해의 한 유형으로 분류했다. 그는 "교권 침해는 올해 7월 이후 서이초 사태에서 주로 교사의 교육권, 혹은 이른바 교권을 일부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 등의 공격적 행위를 통해서 교육활동 일반이 위협받는 것을 의미했다"며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나타난 것처럼, 교사의 교육과정에 대한 과도한 개입과 공격적 행위까지 교권침해의 유형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권은 교원이 교육 전문가로서 존중받고, 전문성에 기초해 교육과정을 구성할 권리를 포함하기 때문"이라며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의 봄’ 단체 관람이 교원이 자율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정당한 교권의 범주 안에 든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조 교육감은 ‘서울의 봄’은 44년 전인 1979년 12·12 군사 반란을 다룬 영화로 역사적 사건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조 교육감은 "28년 전인 1995년 12월 19일, 여야 합의에 따라 ‘12·12 군사 반란 및 5·18 광주민주화 운동 관련 특별법’이 제정됐고, 관계자들에 대한 검찰의 기소와 대법원 확정 판결이 이뤄졌다"며 "199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전까지는 12·12 사태 등으로 모호하게 지칭하던 사건에 대해 12·12 군사 반란이라고 명확하게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12·12 군사 반란은 사법적 판단이 이뤄진 사건이며, 보수와 진보 혹은 여당과 야당의 갈등 소재 역시 아니라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5·18 광주민주화 운동에 대한 유혈 진압 역시 12·12 군사 반란의 연장선 위에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5·18 광주민주화 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고 여야 국회의원 역시 함께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12·12 군사 반란 및 5·18 광주민주화 운동의 성격에 대한 정치사회적 합의가 있으며, 이는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라며 "이처럼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있는 주제마저 교육과정에서 배제하려는 시도는 명백한 교권침해로 판단돼야한다"고 덧붙였다.

한 발 더 나아가, 사회적 합의 영역 바깥에 있는 주제를 논쟁적으로 다루는 것 역시 교사가 가르칠 권리의 중요한 일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사법부와 학계, 그리고 정치권에서 오래전에 확립된 역사적 사건조차 학교에서 다루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공교육의 책임 회피"라며 "44년 전의 역사적 사건을 이야기하지 말아야 한다면, 1990년대 이전에 학교를 다닌 세대는 일제 강점이나 한국 전쟁에 대해 배울 수 없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학교는 역사적 사실을 가르치고 배우며 토론할 권리와 책임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역사 해석을 둘러싼 토론은 자유롭고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다만 역사적 사실에 대한 왜곡은 엄격하게 바로잡아야 하고 그 역시 학교의 책임이며, 교권은 그 책임 행사에 따른 권리"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에 고발된 학교 관계자들에게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할 방침이다. 조 교육감은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사건 및 이와 유사한 교권 침해 사건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토의-토론 교육이 한발 더 나아가는 계기로 삼고자 하며, 이를 위해 다양한 입장들을 모으고 체계화한 자료를 제작해 필요한 학교에게 지원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