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또 2%를 넘기면서 연간으로는 3년 연속(2022~2024년)으로 목표치인 2%를 웃돌 것이라는 정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일본이 만성적인 디플레이션에서 언제 벗어날 수 있을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본 정부는 2024년 디플레 탈출을 낙관하고 있지만, 민간 전문가들은 임금 상승과 인력난 해소라는 과제 달성 없이는 디플레를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日 '디플레 탈출' 신호인가…20개월째 물가 목표치 달성
일본 총무성은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상승했다고 22일 발표했다. 물가상승률이 20개월 연속해 일본은행 목표치인 2%를 웃돌았다. 전날엔 2023년 물가상승률 예상치를 3.0%, 2024년은 2.5%로 제시했다. 정부 예상대로라면 일본 물가상승률은 지난해(3.2%)부터 내년까지 3년 연속 2%를 웃도는 것이다. 물가가 3년 연속 2% 넘게 오른 것은 버블(거품)경제 막바지인 1989~1991년이 마지막이다.

수치상으로는 일본 경제가 디플레를 벗어났다고 봐도 무리가 없지만, 일본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일본 정부는 매월 경제 상황을 진단하는 ‘월례 경제보고’를 통해 디플레 여부를 판단한다.

지난 19일 발표한 12월 월례 경제보고에서 일본 정부는 “디플레로 되돌아가지 않는다는 인식을 넓게 형성해 디플레 탈출을 유도한다”고 명시했다. ‘디플레를 벗어나고 있지만 디플레를 탈출한 것은 아니다’라는 뜻이다.

물가상승률이 3년 연속 2%를 웃돌 것이라고 전망한 일본 정부가 막상 쉽사리 디플레 탈출을 선언하지 못하는 이유는 나머지 지표들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디플레를 벗어났는지 판단할 때 물가상승률뿐 아니라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 단위 노동비용, 수급 갭(gap) 등 네 가지를 종합적으로 따진다. GDP 디플레이터는 기업 물가를 포함한 종합적인 물가지수를 말한다. 단위 노동비용은 노동생산성과 임금이 물가에 얼마만큼 영향을 주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수급 갭은 일본 경제 전체의 잠재적인 공급 능력과 실제 수요의 차이를 나타낸다.

3분기 말 기준으로 일본 경제가 디플레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지표는 물가상승률과 GDP 디플레이터(5.3%) 두 개뿐이다. 단위 노동비용(-0.1%)과 수급 갭(-0.6%)은 여전히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저조하다.

전문가들은 내년 임금 상승과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력난 해소를 디플레 탈출의 선행과제로 보고 있다.

일본 내각부는 내년 소득 증가율(3.8%)이 물가상승률(2.5%)을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가운데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약속한 소득세 감세가 소득 증가율을 1.3%포인트 끌어올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감세와 같은 일시적인 요인을 제외하면 실질임금이 늘어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지난 10월까지 일본의 실질임금은 1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가고 있다.

만성적인 인력난 또한 공급을 제약해 지속적인 성장을 막는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이후 회복되는 수요를 공급이 따르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일본 최대 경제연구소 가운데 하나인 노무라종합연구소와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는 적어도 2025년까지 일본 경제가 디플레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