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들 연일 집회 열며 재판부 압박…피해자 2차 가해도
1심 "기피 신청 남용해 재판 지연시켜"…결국 '징역 23년'
거듭 기피 신청에도 단죄받은 정명석…JMS 성폭행 재판 1년 넘어
기독교복음선교회(통칭 JMS) 총재 정명석(78)씨의 여신도 준강간 등 혐의 사건 1심이 1년 2개월 만에 '단죄'로 마무리됐다.

정씨 측이 그동안 재판과정에서 너무 많은 증인을 신청하고, 법관 교체를 요구하는 등 재판을 지연시키면서 1심 구속만기 기간(6개월)이 6개월 연장된 뒤에야 매조지됐다.

대전지법 형사12부(나상훈 부장판사)는 22일 준강간과 준유사강간, 강제추행, 준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정씨에게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 기준(징역 4년∼징역 19년 3개월)을 넘어선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15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과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12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지난해 10월 22일 대전지검이 정씨를 구속기소 한 지 1년2개월 만이다.

정명석은 2018년 2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충남 금산군 진산면 월명동 수련원 등에서 23차례에 걸쳐 홍콩 국적 여신도 메이플(29)을 추행하거나 성폭행하고, 호주 국적 여신도 에이미(30)와 한국인 여신도를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정명석은 대형 로펌을 비롯해 대전지역 소속 변호인들을 잇달아 선임, 한때 14명에 달하는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리기도 했지만 그들이 잇따라 사임하면서 현재 9명만 남았다.

정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여신도들이 성적으로 세뇌되거나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고, 자신은 신이 아니며 사람이라고 지속해서 설교해 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메이플이 제출한 녹음 파일이 복사본이어서 증거 능력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정씨 측은 녹음 파일 검증을 거부하며 법원 불허 방침에도 녹음 파일 복사를 신청하고, 신청한 22명의 증인을 모두 심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듭 기피 신청에도 단죄받은 정명석…JMS 성폭행 재판 1년 넘어
증인들이 대부분 JMS 목사나 신도들로,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어 증거가치가 높지 않다"며 재판부가 꼭 필요한 증인만 신문하라고 요청하자 "그런 증인신문이라면 의미가 없다"고 반발하며 불출석시키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 7월 17일 나상훈 재판장에 대해 "넷플릭스 방영 이후 재판부에 강한 예단이 형성돼 있어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대전지법 형사10부(오영표 부장판사)에 법관 기피 신청을 했다.

이들은 정씨의 범행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방영 이후 국민적 관심이 커지면서 여론 재판에 떠밀렸다고 주장했다
법관 기피 신청은 형사소송법상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을 때 검사 또는 피고인 측에서 그 법관을 직무집행에서 배제할 것을 신청하는 제도다.

법원은 이를 기각했으나 다시 즉시항고장을 냈고, 2심에서도 기각되자 대법원에 재항고장을 냈다.

대법원이 최종 기각 결정을 했음에도 이번에는 직접 심리하는 재판부에 또다시 기피신청을 냈고 하루 만에 기각됐다.

법원 관계자는 "소송 지연 목적이 명백하다고 보고 당해 재판부가 기각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된 만큼 새로운 기피 사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 측의 법관 기피 신청으로 재판이 다섯 달 넘게 보류되는 동안 JMS 신도들은 '공정한 재판을 열어달라'며 연일 집회나 1인 시위를 통해 재판부를 압박해왔다.

법원에 신도들의 탄원서를 제출하고, 피해자들의 얼굴과 신상정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등에 유포하는 등 2차 가해가 확산해 왔다.

이날 재판이 끝나자 JMS 교인협의회는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명석 목사는 증거에 의한 공정한 재판이 아닌 여론재판을 받았다"면서 "넷플릭스에 방영된 음성은 여성 신음을 짜깁기하고 허위로 자막을 내보낸 것으로,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심 재판부는 "기피 신청권을 남용해 재판을 지연시키는 등 형사사법권의 적정한 행사를 방해했고, 국민 공정성에 대한 국민 신뢰를 훼손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정씨 측이 계속해서 혐의 사실을 부인해온 만큼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듭 기피 신청에도 단죄받은 정명석…JMS 성폭행 재판 1년 넘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