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국 역사상 최장수 군주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96세를 일기로 서거했다. 후임자로 아들 찰스 3세가 역대 최고령인 73세에 즉위했다. 3살에 후계자로 내정됐으니, 무려 70년을 왕세자로 지낸 것이다.

영국 왕실만의 사정이 아니다. 노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추세를 감안하면, 다가올 미래 사회를 살아갈 수많은 중장년층의 입장은 더 난처하다. 최근 출간된 <멀티제너레이션, 대전환의 시작>은 이렇게 진단한다. "당신은 100살에 유산을 물려받게 될 것이다. 유산은 당신이 아니라 당신 자녀가 받게 된다. 그리고 계획보다 훨씬 적게, 훨씬 늦게 들어올 것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2030 축의 전환>의 저자 마우로 기옌 와튼스쿨 교수가 다시 한번 충격적인 미래를 전망하는 책을 펴냈다. 그는 "정해진 나이에 배우고 일하며 재산을 상속받는 인생 설계가 앞으로 통용되지 않을 것"고 주장한다. 신간 <멀티제너레이션, 대전환의 시작>은 최대 10개 세대가 공존하게 될 2050년대 사회를 예고하고, 그 안에서 달라질 기업과 개인의 생존전략을 분석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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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론은 이미 지겹도록 논의된 주제다. MZ세대에 이어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의 등장을 예고하는 신간들이 잇따라 출간되는 현실을 보면 그렇다. 청소년은 고리타분한 부모와 더 자주 마찰을 빚게 되고, 청년층은 돌려받기 힘든 연금을 납부하는 데 불만을 품으며, 고령층은 젊은 세대의 미성숙함을 나무란다는 식의 서술은 세대론을 다룬 책들에서 익히 봐왔던 내용이다.

책의 특별한 점은 이런 세대 구분 자체를 문제의 핵심으로 꼽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 삶에서 '교육→일→은퇴'로 이어지는 순차적 인생 모형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여러 세대가 뒤섞인 '멀티제너레이션' 사회에선 각 연령대에 어울리는 역할이 있다는 고정관념이 무의미하다는 얘기다. 저자는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철 지난 세대 구분에 매몰되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한다.
<멀티제너레이션, 대전환의 시작>(마우로 기옌 지음, 리더스북)
<멀티제너레이션, 대전환의 시작>(마우로 기옌 지음, 리더스북)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미래 사회를 선도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의 대안은 '퍼레니얼'이다. 영어로 '다년생 식물'을 뜻하는 말로, 자신이 속한 세대의 생활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세대를 뛰어넘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뜻한다. 평생에 걸쳐 학교와 일터를 오가는 사람들, 은퇴한 뒤에도 재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노인들이 여기 해당한다.

퍼레니얼적 사고에 따르면 미래의 비즈니스 성공 공식도 바뀐다. 앞으로 기업과 브랜드는 2~3세대가 아닌 7~8개 세대의 선호를 충족해야 한다. 온라인 시장도 더 이상 젊은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저자는 "2020년대가 끝나기 전 온라인 쇼핑을 하는 사람의 수는 30세 미만보다 60세 이상에서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