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목격담…"문 잠근 직후 총격범 들어오려 시도"
시험 보다가 잇따른 총성·비명에 교내 공포와 혼란
"경찰 도움 받아 1시간 뒤 나가보니 온천지 피투성이"
"교실 돌며 죽일 사람 찾아"…총기난사 아수라장 된 체코대학
"총격범은 교실을 돌아다니면서 쏠 사람을 찾고 있었어요.

누군가 우리가 있는 교실의 문을 열려고 했고, 우린 불과 5분 전에 문을 잠근 상태였어요.

"
21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 카렐대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현장에 있던 학생 야코프 베이즈만(25)은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이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한 교실에서 알바니아어 시험을 보던 중 총격과 비명을 들었다.

위기를 직감한 그는 교실 문을 잠그고 책상과 의자 등 찾을 수 있는 물건을 서둘러 닥치는 대로 동원해 문 쪽으로 밀어놨다고 설명했다.

그 뒤 그는 약 1시간 동안 교수와 함께 교실에 머물렀고, 첫 번째 총성이 가신 듯하다 30분 뒤에 더 큰 총성과 비명이 들렸다고 했다.

그는 "총격범은 건물 내부에서 외부 발코니로 이동해 바깥쪽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쏘는 것 같았다"며 "난간 너머로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에 총소리가 난 뒤 상황이 잠시 진정되는 듯했지만 30분 뒤에 더 많은 총격과 비명이 났다며, 경찰의 도움으로 "밖으로 나갔을 때 주변이 온통 피투성이였다"고 전했다.

AP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목격자들은 프라하 카렐대 철학부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현장은 혼란과 공포 그 자체였다고 전했다.

이 대학 예술학부 학생으로 알려진 총격범의 범행으로 최소 14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고 경찰은 밝혔다.

"교실 돌며 죽일 사람 찾아"…총기난사 아수라장 된 체코대학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사진들도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보여준다.

한 사진에는 학생들이 총격을 피하기 위해 지붕 근처 난간에 매달려 웅크리고 모습이 포착됐다.

당시 캠퍼스에 있던 이보 하브라네크((43)는 총성을 듣고 누군가의 장난이거나, 영화 세트장에서 나는 소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프라하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위쪽 어디선가 굉음이 들렸고, 처음에는 폭죽일 것이라고 생각했고, 영화 촬영을 하고 있다고도 생각했다"며 그게 아니었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점점)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인 요에 힐란트(18)는 "큰 총성을 들었지만, 별다른 생각을 못 했다"며 사람들의 비명과 사이렌에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다리가 불편한 친구를 부축해 가능한 한 빨리 주변을 떠났다고 밝혔다.

카렐대 철학부가 있는 팔라흐 광장 맞은편 루돌피눔 갤러리 관장인 페트르 네노마는 체코TV에 "손에 자동 총기 같은 무기를 들고 마네수프 다리를 향해 총을 쏘는 청년을 봤다"며 그가 목격한 총격범에 대해 묘사했다.

네노마는 "그가 총을 쏘다 손을 들고 총을 거리에 던졌고, 그 총은 횡단보도 위에 놓여 있었다"고 말했다.

베이즈만은 "다시는 (철학부) 건물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을 것 같다"며 "미국 생활을 15년 했지만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체코에서 이런 일을 처음 겪었다"고 말했다.

"교실 돌며 죽일 사람 찾아"…총기난사 아수라장 된 체코대학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