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유럽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에서 승리한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의 당시 주장 일카이 귄도안이 알렉산더 세페린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으로부터 우승 트로피를 받고 있다. 맨체스터시티는 이탈리아 세리에A 소속 클럽 인터밀란에 1대0으로 승리했다. AP
지난 6월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유럽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에서 승리한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의 당시 주장 일카이 귄도안이 알렉산더 세페린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으로부터 우승 트로피를 받고 있다. 맨체스터시티는 이탈리아 세리에A 소속 클럽 인터밀란에 1대0으로 승리했다. AP
유럽 축구 ‘별들의 무대’로 불리는 유럽챔피언스리그와 경쟁할 새 대회가 창설될 길이 열렸다.

유럽사법재판소는 유럽축구연맹(UEFA)과 국제축구연맹(FIFA)이 유럽슈퍼리그에서의 클럽 간 경쟁을 금지함으로써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21일 판결했다. 챔피언스리그 주관 기관인 UEFA가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등 유럽 명문 클럽들이 추진 중인 새 유럽축구 대항 대회 유럽슈퍼리그 창설을 방해한 게 부당하다는 것이다.

UEFA는 1955년부터 유럽 각국 리그 최상위 팀을 모아 유럽 최고 클럽을 가리는 챔피언스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 클럽이 반기를 들었다. 60년 넘게 UEFA가 유럽 대항전을 독점 운영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2019년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마드리드 회장(사진)을 중심으로 약 20개 클럽이 독자 리그인 유럽슈퍼리그를 창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슈퍼리그를 창설하면 참가 클럽이 100억유로(약 14조30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나눠 가질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세계적 투자은행 JP모간체이스가 60억달러(약 7조8400억원)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 리그를 창설하겠다는 야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UEFA와 FIFA가 유럽슈퍼리그에 참가하는 선수는 자신들이 주관하는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국가대표 경기 등에 나설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널 등 영국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이 유럽슈퍼리그 불참을 선언하면서 슈퍼리그 창설은 수포가 되는 듯했다.

유럽사법재판소는 이 같은 UEFA와 FIFA 조치에 대해 “(주관 경기 참여에 대한) 승인, 통제 및 제재에 관한 규칙은 서비스 제공의 자유에 대한 부당한 제한으로 간주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유럽슈퍼리그 프로젝트와 같은 대회가 반드시 승인돼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페레스 회장은 판결이 나오자 “유럽 축구의 현재와 미래는 마침내 클럽, 선수, 팬들의 손에 놓이게 됐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FC바르셀로나는 클럽 명의 성명을 통해 “유럽 축구의 중기적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유럽슈퍼리그와 같은 개념의 리그 창설이 필요하다”고 했다.

UEFA는 “이번 판결이 유럽슈퍼리그에 대한 승인이나 검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팬들을 비롯한 모든 이해관계자가 대체 불가한 모델로 인정한 연대 기반의 ‘유럽축구 피라미드’(챔피언스리그)가 유럽 및 국내 법의 위협으로부터 지켜질 것으로 믿는다”는 입장을 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