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인상 반영 못하고, 과당경쟁 피하려는 요인 커"
교복입찰 담합에 벌금형 선고한 법원, 구조적 문제 지적
광주지역 교복 입찰 담합 업체들에 벌금형을 선고한 법원이 현행 교복 입찰 방식의 구조적 문제도 상세히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광주지법 형사7단독 전일호 부장판사는 21일 교복 입찰 담합 혐의로 교복업체 대리점주 등 피고인 29명에 대해 300만~1천200만원씩의 벌금형을 선고하며 이들이 범행할 수밖에 없는 상세한 이유와 배경을 기술했다.

2015년부터 시행된 교복 학교주관 구매 제도에 따르면 일선 학교 교복 구매는 '입찰공고 → 조달청 온라인 입찰(나라장터) → 교복업체 참가신청(제안서 접수) → 제품설명회 → 교복선정위원회 적격심사 → 개찰·낙찰자 선정' 등 절차로 진행된다.

각 시도 교육청은 교육부가 제시한 교복 권고가격을 바탕으로 자체적인 교복비 상한가를 책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종전 권고가격과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다.

교육부 교복 권고 가격은 2015~2022년 해마다 1%대 인상에 그쳤다.

교복업체들은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생산성 악화,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 교복 시장의 특수성이나 인건비 상승 등을 들어 교복비 상한가 인상을 요청했으나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여기에서 업체들의 담합에 대한 유혹이 생겨났고, 업체들은 손해를 줄이기 위해 4가지 방식으로 입찰 담합을 했다.

▲ 업체 간 낙찰자 순번을 정하고 들러리 업체를 내세우는 방식 ▲ 가족 명의의 업체를 세워 허위 입찰하는 방식 ▲ 교복업체가 학교별 교복선정위에 참가해 특정 업체를 탈락시키는 방식 ▲ 특정 업체만 납품할 수 있는 원단을 채택하는 '스펙박기 방식' 등이 쓰였다.

이번에 적발된 광주 교복 업체들은 학교별 기초 금액에 3%만 차감한 가격을 입찰가로 써내고, 들러리 업체를 내세워 유찰을 방지하는 담합방식을 주로 사용했다.

재판부는 이런 방식으로 입찰 담합을 한 업체라도 교육부 권고가격, 시도교육청 교복비 상한가격, 개별학교 교복 기초금액 등에 모두 못 미치는 방식으로 투찰을 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교복 가격은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한 수준에 그쳤다고 봤다.

교복입찰 담합에 벌금형 선고한 법원, 구조적 문제 지적
특히 대다수 교복 업체가 학기 초 빠듯한 교복 납품 기일을 맞추기 위해 예상 물량의 50~60%를 미리 제작해야 하는데, 교복을 구매하지 않는 학생이나 남는 물량이 발생하면 그 재고는 교복업체의 손실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 국내 4대 브랜드 교복회사 본사는 대리점에 기존 점유율을 유지할 것을 압박하고, 우수 대리점의 경우 저가 입찰 손실을 일부 보전해주는 행태로 대리점간 경쟁에 영향을 끼쳤다.

결국 이러한 구조적 요인 탓에 광주지역 교복 업체들은 업체들끼리 순번을 정해 낙찰자를 정하고 들러리 업체를 세우는 담합에 서로 동참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입찰 담합의 경우 교복업체들이 과도한 수익을 보장받으려 했다기 보다는 과당 경쟁으로 인한 손실을 줄이려는 측면에서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이 "중대한 사회적·경제적 폐해를 야기해 피고인들을 가중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러한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했다.

전 부장판사는 "교복 학교 주관 구매 제도에 일부 구조적 문제점이 있다"며 "그러나 피고인들의 범행 기간과 범죄 액수 등을 고려해 각각 벌금형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교복입찰 담합에 벌금형 선고한 법원, 구조적 문제 지적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