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용량변경 사실표기 의무화 추진·전담 조사팀 구성 등 조명
WSJ "슈링크플레이션 단속하는 국가가 있다…바로 한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한국 정부의 생필품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가격은 그대로 두거나 올리면서 제품 용량을 줄이는 것) 단속을 집중 조명했다.

한국 정부는 기업들의 제품 가격 꼼수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되자 지난달 중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의 조사 결과 최근 1년 사이 3개 품목, 19개 상품의 용량이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과자 제조업체 바프(HBAF)는 웹사이트를 통해 허니버터아몬드 등의 용량 변경 사실을 자사몰을 통해 고지했는데, 아몬드 가격 상승을 요인으로 꼽았다.

좋아하는 와사비맛 아몬드 제품이 눈치채지 못할 만큼인 20g 줄어든 것을 확인한 여성 사무직 근로자 최시연(28) 씨는 "가격을 올렸으면 최소한 일부 소비자는 알았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내년부터 제품 포장지와 웹사이트에 용량 변경 사실 표기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용량 변동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전담 조사팀도 구성하고 있으며, 과태료 부과도 검토 중이다.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많은 국가가 가격을 올리거나 용량을 줄이지 못하도록 식품업체들에 정치적 압력을 가하려 하고 있는데, 한국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 것이다.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한국의 강력한 대응은 경기가 얼마나 부진한가를 반영한다고 WSJ은 짚었다.

올해 한국 경제는 1.4%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는데, 이는 다른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다.

지지율이 30%대 중반에서 횡보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큰 고민거리 중 하나다.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7월 전년 대비 6.3%의 상승률로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미국의 최근 최고점 9.1%나 영국 11.1%보다는 낮다.

하지만 한국의 식량 가격은 수십 년 동안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최근 오름세는 큰 불만을 촉발했다.

또 임금 인상은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한국인들 자산의 주요 원천인 부동산 시장은 정체돼있다.

이에 따라 대다수 한국인이 내년 소비를 줄일 계획이라는 최근 조사 결과도 나왔다.

절반에 육박하는 응답자가 물가 상승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경제 담당관을 지낸 랜달 존스는 "낮은 인플레이션은 수십 년간 한국의 정책 우선순위였으며, 이는 (한국의) 수출 중심 경제가 민간 투자를 위한 좋은 환경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면서 "한국인들은 인플레이션에 익숙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슈링크플레이션이 물론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프랑스 2위 슈퍼마켓 체인 까르푸는 지난 9월부터 슈링크플레이션 제품이라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강조하기 위한 오렌지색 알림판을 걸기 시작했고 미국에서도 화장용 티슈와 오레오가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