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원자력발전이 재개되면서 핵연료로 쓰이는 우라늄정광(옐로케이크·U3O8) 가격이 16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은 부족해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라늄 현물 부족 심화

우라늄 16년 만에 최고가…공급난 심각
지난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우라늄정광은 최근 파운드(약 0.45㎏)당 82.30달러에 거래됐다. 2008년 초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우라늄정광 가격이 오르는 주요 이유는 공급 문제 때문이다. 우라늄 등 시장 데이터 회사인 UxC의 조너선 힌제 사장은 “최근 우라늄 현물의 공급량이 극히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광산기업들은 미국 전력회사 등 고객사들과 통상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우라늄 광석을 판매하는데, 현물이 부족해지면 단기 거래용 공급량이 줄어들어 현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세계 최대 우라늄 기업 중 하나인 카메코는 지난 9월 장비 문제와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올해 생산량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이후 “고객사와의 계약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연말까지 더 많은 우라늄을 사들여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카메코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500만 파운드의 우라늄정광을 외부에서 구매했는데도 올해 4분기에만 최대 800만 파운드를 다른 업체에서 더 매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우라늄정광 가격의 연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 최대 우라늄 매장국 가운데 하나인 니제르에서는 올해 7월 군사 쿠데타가 발생한 뒤 생산량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 니제르에서 사업을 하는 프랑스 핵연료기업 오라노는 “물류 문제가 심각해 대부분 광산과 공장에서 유지보수 작업만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다른 주요 우라늄 매장국인 카자흐스탄에서는 국영 우라늄 회사 카자톰프롬이 “황산 등 주요 원자재 부족 때문에 예전만큼 우라늄정광을 생산하기 어렵다”고 했다.

○ETF까지 ‘사자’ 나서

WSJ는 “이런 공급 차질 문제로 광산업체들은 투자를 목적으로 한 금융사, 잠재적 혼란에 대한 우려로 핵연료 비축량을 늘리고 있는 유틸리티업체들과 함께 우라늄 구매 경쟁을 해야 하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우라늄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는 대부분 우라늄 생산과 관련한 회사의 주식뿐 아니라 실물 상품도 보유하고 있다. 북미권 증시에 최초로 상장됐던 우라늄 현물 투자 ETF인 ‘스프롯 피지컬 우라늄 트러스트’는 올해 4월 우라늄 매입을 중단했다가 9월부터 다시 투자 전선에 뛰어들었다. 스프롯 측은 “올해 들어 우라늄 가격이 약 70% 상승함에 따라 추가 투자를 위해 자본을 신규 조달했다”며 “생산업체들이 새로운 광산 채굴 등의 비용을 우라늄정광 가격에 전가할 것으로 판단되며 이에 따라 가격은 더 뛸 전망”이라고 말했다. 우라늄산업에 투자하는 캐나다 회사인 우라늄로열티도 최근 투자 목적으로 100만 파운드의 우라늄정광을 매입했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채굴 원자재보다 우라늄 가격 상승 가능성이 크다”며 2024년 2분기까지 우라늄정광 가격이 파운드당 95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원전 르네상스’로 우라늄 수요는 탄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WSJ에 따르면 세계에서 원자로 60기가 건설 중이고, 110기가 건설될 예정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