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통신 경쟁에서 한국이 시장 주도를 위한 첫 단추를 끼웠다. 전세계가 6세대 이동통신(6G) 도입을 준비하는 자리에서 최종 채택된 주파수 후보 대역 3개 모두가 한국이 제안한 대역으로 결정됐다. 국제 와이파이 주파수 규칙을 명시하는 데에서도 한국이 쓰고 있는 주파수 대역이 적용됐다.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15일까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연 세계전파통신회의(WRC)에서 한국이 제안한 6G 주파수 후보 대역 4개 중 3개가 후보 대역으로 최종 채택됐다고 밝혔다. WRC는 국가 간 주파수 분배를 위해 3~4년 주기로 열리는 ‘협상 올림픽’이다. 세계 통신 표준을 마련하기 위해 각국이 머리를 맞대는 자리다. 이번 회의엔 162개국에서 약 3800명이 참석했다.

6G 주파수 후보도 이번 회의에서 결정됐다. 후보 대역 23개 중 3개가 최종 채택됐다. 한국이 제안한 주파수 4개 중 4.4~4.8기가헤르츠(㎓), 7.125~8.5㎓, 14.8~15.35㎓ 등 3개가 선택을 받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한국이 추진하던 6G 주파수 대역이 후보로 결정되면서 기존 사업계획을 수정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국내 6G 전문가를 내년 상반기 ITU에 파견해 2027년 열릴 차기 WRC에서 6G 표준화 논의를 주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해상·항공 분야에서 위성통신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WRC는 항공교통 관제용 주파수를 위성용으로 새로 할당했다. 저궤도 위성과 같은 비정지궤도 위성으로 항공기나 선박이 이용할 수 있는 이동형지구국(ESIM)의 운용 조건도 마련했다. 기존 위성통신 서비스는 특정 위치에 고정된 위성용 안테나 근방에서만 이용 가능했다. ESIM이 도입되면 항공기나 선박이 초당 100~500Mbps(초당 메가비트) 속도로 인터넷을 쓸 수 있다. 이 속도는 LTE보다 같거나 빠른 수준이다.

국내 와이파이 서비스 보호를 강화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됐다. ITU는 전파규칙에서 와이파이용 주파수 규칙을 처음 마련하면서 한국과 미국이 쓰고 있는 6㎓ 대역을 와이파이용으로 명시했다. 양국이 공조한 결과 이 대역에서 와이파이 서비스가 전파 간섭 없이 이용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이번 회의에선 태양 활동으로 통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우주 기상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디지털 심화 시대에 대비해 이번 WRC 결정에 따른 6G 주파수 분배 등 후속 조치를 조속히 추진하겠다”며 “신산업 창출을 통해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 확대와 공공 안전 강 화등 국민편익 증진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과기정통부가 오는 19일까지 접수할 예정인 5G용 28㎓ 주파수 할당 신청에선 제4 이동통신사의 탄생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미래모바일이 18~19일 중 이 주파수 할당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모바일은 저주파수 대역인 2.3㎓도 함께 할당 받으면 28㎓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