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EU "'화석연료 종말' 시작 의미"…산유국 "각국 특성 따라 기후목표 유지"
'기후위기 직격' 도서국은 불만 "급진적 변화 필요한 시점에 점진적 진전만"
국제사회, COP28 '탈화석연료' 첫 명시 환영…해석엔 온도차
국제사회는 13일(현지시간) 이른바 '탈화석연료 전환'이 처음 명시된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 합의 도출을 반겼다.

다만 합의 수준과 세부적인 의미를 두고는 각국 이해관계에 따라 다소 온도차를 보였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엑스(X) 계정을 통해 "오늘의 합의는 탈화석연료 시대(post-fossil era)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별도 성명에서는 "전 세계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역량을 세 배로 늘리고 에너지 효율성을 배가시키기로 합의했다"며 "이는 화석연료로부터 탈피하기 위한 강력한 모멘텀을 제공한다"고 의미를 제공했다.

사이먼 스티엘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도 "(COP28가 개최된) 두바이에서 화석연료 시대의 페이지를 아예 넘기진 않았지만, 이번 결과는 분명 (화석연료 시대) 종말의 시작"이라고 짚었다.

스티븐 길보 캐나다 환경기후변화부 장관은 "역사적 합의"라며 "이는 단기적인 행동을 위한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안전하고 감당할 수 있고, (기후목표인) 1.5도를 준수하는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을 밀어붙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녜스 파니에 뤼나셰르 프랑스 에너지부 장관은 이번 합의를 "다자주의와 기후 외교의 승리"라고 평가하며 "이제 우리는 화석 연료를 퇴출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단 요르겐센 덴마크 기후에너지장관은 "우리는 산유국인 이곳에서, 산유국에 둘러싸여 있는 상황에서 이제 석유와 가스에서 탈피하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기후위기가 본질적으로 화석연료로 인한 위기라는 것을 마침내 인식한 COP28 결정은 중요한 이정표"라면서도 "이는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수준이자 진작에 이뤄졌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가 "진정으로 화석연료 시대를 종식하는 분기점이 될지는 앞으로 있을 조처와 재정 동원 여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합의문에는 2030년까지 에너지 시스템에서 '화석연료로부터 벗어나는 전환'을 가속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그 방식이 질서 있고 공정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특히 '(화석연료에서)벗어나는 전환'(transitioning away)이라는 표현이 합의문에 포함된 건 기후 총회 28년 만에 처음이다.

다만 100여개국의 요청으로 애초 합의문에 들어갔던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e-out) 문구는 결국 제외됐다.

이에 산유국은 흡족함을 드러냈다.

AFP통신은 총회에 참석한 사우디 대표단 관계자를 인용,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 합의문에 빠진 데 대해 '대성공'이라고 반응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사우디아라비아 대표단의 한 관계자가 이번 회의 결과가 "모든 국가의 특성을 반영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맥락에서 1.5도의 (기후)목표를 유지하게 하는 다양한 경로를 보여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특히 "우리는 에너지원에 관계없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모든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이 화석연료 자체를 퇴출하기보다는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방법과 관련돼 있다는 산유국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라고 로이터는 짚었다.

반면, 기후 위기로 인한 해수면 상승 등으로 인해 실존적 위기에 처한 도서국들은 불만을 내비쳤다.

카리브해와 태평양, 인도양 등에 위치한 도서국의 모임인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을 이끈 사모아의 안느 라스무센 협상대표는 자신들이 총회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타결 승인이 이뤄졌다면서, 합의문의 언어도 너무 밋밋하고 합의문 자체에도 다수의 허점이 있다고 비판했다.

라스무센 대표는 "우리의 행동에 급진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늘 그랬듯이 (화석연료)비즈니스에 밀려 점진적인 진전만이 이뤄졌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