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결혼하지 않아, 내 안의 엄청난 힘으로 그림을 그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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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힐마 아프 클린트-미래를 위한 그림'
20일 개봉하는 1시간34분짜리 다큐멘터리
20일 개봉하는 1시간34분짜리 다큐멘터리

오는 20일 국내 개봉하는 1시간34분짜리 다큐멘터리 '힐마 아프 클린트-미래를 위한 그림'의 짧게 요약하면 이렇다. 다소 발칙한 주장이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다큐 제목이자 주인공인 힐마 아프 클린트(1862~1944) 때문이다.
스웨덴 여성 화가 클린트는 오랫동안 잊혀진 화가였다. 그의 이름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클림트를 잘못 쓴 거 아니야?'라고 얘기할 정도로. 사실 그는 남녀를 통틀어 최초의 추상화를 그린 화가다. '추상화의 선구자'로 알려진 바실리 칸딘스키보다도 5년 일찍 추상화를 그렸다.

클린트는 가난에 허덕이던 다른 예술가들과는 달랐다. 부잣집에서 태어났고, 스톡홀름 북쪽에 있는 카를베리성에서 자랐다. 해군이었던 아버지는 클린트에게 수학, 천문학, 항해술 등을 가르쳤다. 이후 그는 스웨덴 왕립미술학교에 진학했다.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곳곳을 여행 다니기도 했다.

그가 그린 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눈에 보이는 형태를 그린 것에 통달한 그는 원자에서부터 신지학(神智學·영적 세계를 철학적·종교적으로 탐구하는 학)까지 현실 그 너머에 있는 것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걸 기하학으로 나타냈다. 다큐는 "전파, X선, 전자, 라듐 등 과학적 발견을 통해 우리는 현실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이뤄져있다는 걸 깨닫게 됐는데, 클린트는 바로 그런 것을 그리고 있었다"고 말한다.

힐마의 삶과 작품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도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영화의 홍보대사를 맡은 이숙경 영국 휘트워스 미술관장은 "클린트의 발견은 여전히 남성 중심적인 미술사가 좀 더 균형적으로 발전해나가는 큰 계기가 됐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