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눈물샘 자극하는 김해숙·신민아 '모녀 케미'
“두 분이 만나면 박복자님 기억에서 따님이 지워진다고요. 나중에 따님이 저승에 찾아와도 못 알아보신다고요. 지금도 이렇게 그리워하시는데, 저 따님은 그냥 없는 사람이 되는 거라고요.”(가이드)

“하자. 내가 뭐 중하다고. 우리 진주가 웃고 사는 게 중요하지. 하자. 어이 하면 되는데.”(복자)

6일 개봉하는 영화 ‘3일의 휴가’가 끝나기 15분 전에 나오는 대화다. 저승에서 사흘간 휴가를 얻어 이승에 내려온 복자(김해숙 분)와 그녀를 안내하는 초보 가이드(강기영 분)가 이야기를 나눈다. 사흘 내내 진주(신민아 분)를 지켜보기만 했던 엄마 복자가 딸과 정을 나누다 헤어질 때까지 객석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래서 이 영화는 스스로 표방한 ‘힐링 판타지’ 앞에 ‘눈물샘을 자극하는’이란 수식어가 붙어야 더 적확하다. 복자와 가이드의 대화는 영화 도입부에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순간을 떠오르게 한다. 가이드가 “사흘의 휴가 동안 무얼 하고 싶냐”고 묻자, 복자는 “딸을 만나러 가고 싶다”고 한다. 가이드는 “딸과 말을 나눌 수도, 만질 수도 없다”는 등 이승 여행 규칙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따님에 대한 행복한 기억만 갖고 오시면 됩니다.”

이 영화의 키워드는 ‘기억’이다. 그리고 ‘음식’은 진주가 엄마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는 장치 역할을 한다. 복자가 진주를 만난 곳은 3년 전 복자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살았던 한국 시골 마을이다. 진주는 엄마가 해준 손맛으로 레시피를 개발해 고향에서 막 백반 장사를 시작한 터였다. 모녀가 소통한 마지막 밤은 공교롭게도 복자가 태어난 날. 진주는 미역국과 잡채 등 직접 요리한 음식으로 엄마의 생일상을 차린다.

모녀가 주고받는 대화가 살갑기 그지없다. “어떻게 엄마 생일상을 차려줄 생각을 다 했어?” “엄마는 몰랐겠지만 내가 진짜 해보고 싶었던 거야.”

모녀는 생일상과 함께 그동안 못했던 속내를 주고받는다. 이 순간 복자의 뇌 속을 보여주는 듯한 가이드의 노트북 화면에선 두 모녀의 행복했던 모습이 담긴 기억의 파일이 하나둘 삭제된다. 객석의 울음소리가 가장 크게 들렸던 대목이다. 두 모녀가 직접 소통하기 전까지 다양한 에피소드로 차곡차곡 쌓아온 이야기 구조가 위력을 발휘한다.

실제 모녀 같은 모습을 보인 김해숙과 신민아의 연기 호흡이 빛난다. 가족들이 함께 보면서 위안을 받을 만하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