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당 최고위, 모레 尹대통령 귀국…金 결단 시점 주목
비주류 중심 '대표직 사퇴' 관측…주류 일각서 '사퇴 불가' 의견

친윤(친윤석열) 핵심 장제원 의원의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 이후 거센 거취 압박에 내몰린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이틀째 공식 일정 없이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김 대표는 전날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일정을 취소하고 국회 당 대표실이나 의원회관에 출근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도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김 대표는 전날 자택에 귀가하지 않은 채 모처에 머무른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현, 이틀째 '잠행'…당내선 거취 방향 놓고 설왕설래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예정됐던 정책 의원총회도 취소했다.

김 대표가 거취 문제로 고심하며 장고에 들어간 것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됐다.

당내에서 김 대표를 향해 공개적인 사퇴 요구가 분출하는 상황에서 내홍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 대표는 전날 구자근 당 대표 비서실장을 비롯한 일부 측근들과 접촉하며 거취 문제에 대한 여러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안팎에서는 김 대표가 14일 최고위원회의 전까지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밝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귀국하는 오는 15일 전에 어떤 방향으로든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 사퇴가 필요하다고 보느냐'고 묻자 "제가 그 질문에 답을 드릴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대표께서 여러가지 고민하고 계시지 않겠나"라고 말을 아꼈다.

윤 원내대표는 김 대표와 소통하느냐는 질문에는 "중요 일정과 관련해서는 서로 소통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김기현, 이틀째 '잠행'…당내선 거취 방향 놓고 설왕설래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는 김 대표의 거취 결단 방향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총선 패배 위기감이 증폭되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김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공개 발언이 이날도 비주류를 중심으로 터져 나왔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김 대표가 여태까지 너무 많은 타이밍을 놓쳤다"면서 "김 대표는 대표직을 사퇴하고 울산 출마는 용인해주는 방향으로 출구 전략을 당이 함께 짰으면 좋겠다"며 대표직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하 의원은 "낙동강 벨트를 이기기 위해 김 대표의 역할이 필요한 면이 있다"며 "김 대표가 지금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서울이나 수도권에 온다는 건 본인에게 지나치게 가혹할 뿐 아니라 실제 수도권 선거에도 큰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수원 출마를 준비하는 김용남 전 의원은 BBS 라디오에 나와 "내년 총선을 걱정하는 분들은 김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하고 울산 본인 지역구에 출마하는 게 전체 총선 판에는 지금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며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의힘 '간판'이 바뀌어야 한다는 거다.

가장 중요한 건 대표직 사퇴 여부"라고 했다.

비주류 중진 안철수 의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대표가 두 가지 카드 중 하나를 들고나올 것 같다.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혁신적인 안을 내세우든지 또는 대표직 사퇴 카드를 내놓지 않겠나"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의 거취 결단 타이밍이 늦어져 대표직 사퇴와 불출마 선언을 동시에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준석 전 대표는 KBS 라디오에서 "총선 불출마와 대표직 사퇴를 따로 놓고 가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영남권의 한 의원도 통화에서 "장제원 의원 불출마 선언 전이라면 당 대표직을 유지하고 총선 불출마 선언만 해도 됐겠지만, 이제 시간이 갈수록 내줘야 하는 게 더 커지게 됐다"며 "김 대표가 지금과 같은 상황이면 당 대표 사퇴와 불출마 선언을 둘 다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 역시 라디오에서 "김 대표가 대표직은 사퇴하되 지역구 출마를 유지하면 국민 눈높이에 안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총선 앞 당의 혼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대표직에서 내려오면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통화에서 "지금 당 대표는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500만 당원이 뽑았으니 당 대표로서 직분을 다 해야 한다"며 "정통성을 가진 당 대표가 나가고 비대위가 들어서면 혼란이 더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기현, 이틀째 '잠행'…당내선 거취 방향 놓고 설왕설래
김 대표가 떠밀리듯 거취를 결정하는 분위기가 돼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도 있다.

영남권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김 대표 거취 문제는 대표가 스스로 결단하게 해야지 다른 사람들이 사퇴하라고 밀어붙이는 모양새는 부적절하다"고 했다.

국회부의장인 5선의 정우택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이 혁신해야 한다는 데에는 모두 뜻을 같이하고 있으나 다만 타이밍과 정도에 대한 다른 여러 의견이 표출되는 것일 뿐"이라며 "지금 누구보다 총선승리와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민생과 국익을 위해 고심이 깊을 분이 김 대표일 거다.

김 대표가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당 혁신과 총선 승리에 많은 역할을 해주실 것"이라고 적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