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지지 명분으로 홍해 지나는 선박 잇따라 공격
무력투쟁으로 아랍권 인기…예멘내부 영향력 확대 노림수도
국제입지 키우려는 예멘반군…가자전쟁 확전 우려 키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참혹한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확전의 큰 변수로 떠올랐다.

후티는 12일(현지시간) 홍해의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던 노르웨이 선적의 유조선 '스트린다호'를 미사일로 공격했다.

다행히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자칫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

미사일 공격 후 후티는 성명을 통해 자신들이 팔레스타인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했다며 "이스라엘이 구호물자의 가자지구 반입을 허용할 때까지 이스라엘 항구로 향하는 모든 선박을 계속 봉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해에서 선박을 겨냥한 도발적 행위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예멘의 후티는 미사일과 선박 공격을 통해 역내 영향력을 얻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후티가 무력 도발을 감행하는 배경을 분석했다.

NYT는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하고 홍해를 지나는 선박들을 공격함으로써 중동에서 인기를 끌고 예멘 내 권력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역내 영향력을 구축해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후티는 최근 다양한 무력 도발로 홍해의 긴장 지수를 잔뜩 끌어올렸다.

지난 10월 말 미사일과 드론(무인 항공기)으로 이스라엘 남부의 홍해 휴양도시 엘리아트를 향한 공격을 시도했다.

11월에는 홍해와 아라비아해 사이 아덴만에서 소형 유조선 '센트럴파크호'가 후티에 나포됐다가 미국 해군에 구조되는 사건도 있었다.

심지어 후티는 지난달 드론으로 홍해를 정찰하던 미국 군함을 공격했다.

후티의 이런 행보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인명피해가 불어나는 상황에서 주목된다.

국제입지 키우려는 예멘반군…가자전쟁 확전 우려 키운다
NYT는 "가자지구 전쟁으로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분노가 들끓는 가운데 사람들은 후티가 거친 말을 넘어 이스라엘과 맞서는 유일한 세력으로 환영해왔다"고 분석했다.

예멘 수도 사나의 한 의료품 회사에서 일하는 칼리드 누자임은 "모두가 한가하게 지켜보고 있을 때 그들(후티)은 우리에게 존엄을 줬다"고 말했다.

중동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집트 등 많은 아랍권 이슬람 국가가 가자지구의 민간인 참사를 비판하고 휴전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스라엘의 '마이웨이 전쟁'에 제동을 걸지 못하는 현실이다.

아랍권 주민들은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를 강조하는 후티에 통쾌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후티의 도발은 예멘 내에서 입지를 다지려는 노림수로도 읽힌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소속 국가안보연구소의 선임연구원 요엘 구잔스키는 "결국 그들(후티)이 원하는 것은 예멘 내 지분을 키우는 것"이라며 "아마 그들은 국제적 문제를 일으킴으로써 그렇게 되기를 원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후티는 1990년대 후반 이슬람 시아파 분파인 자이드의 부흥 운동을 벌이며 예멘 정부,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갈등을 빚었고 2014년 예멘 수도 사나를 점령하며 내전을 촉발했다.

현재 후티는 예멘 북부와 인구가 많은 다수 도시를 장악하며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는 남부 예멘에 있는 정부와 대치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와 평화협정을 맺으려는 후티는 역내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데 가자지구 전쟁을 이용하는 것으로 파레아 알무슬리미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분석했다.

후티가 공격 배후를 자처한 성명에서 "예멘 군대"라고 자칭한 점은 예멘 남부의 정부나 다른 무장세력들을 무시한 것이라고 NYT는 짚었다.

나아가 후티가 예멘 내부 문제를 희석하려고 국제적 도발을 일으킨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분쟁 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예멘 전문가 아흐메드 나기는 예멘 내전이 새 국면에 접어들면서 후티가 기본적 공공 서비스 제공, 공무원들의 밀린 급여 지급 등의 문제에서 압박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후티의 잇단 도발에 대해 "이것이 딜레마에서 벗어나는 길"이라며 "'우리는 전쟁 중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말하지 말라'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국제입지 키우려는 예멘반군…가자전쟁 확전 우려 키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