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들, 반란 주동자 얼굴·이름 곱씹으며 양심고백 요구도
'서울의 봄' 단체관람 오월단체 "반란 신군부, 역사에 실패"
"저 반란군들이 6개월 후 계엄군이 돼 광주에 쳐들어 왔어요.

결국 신군부는 군사 반란에는 잠깐 성공했어도 역사가 내리는 평가에는 영원히 실패했죠."
지난 12일 늦은 저녁,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상영되는 광주 서구 한 영화관은 관람객들의 개탄과 분개의 소리로 가득했다.

44년 전 군사 반란이 일어났던 그날에 맞춰 단체 관람 온 오월단체·오월정신지키기 범시도민대책위원회 회원 등 215명은 상영 내내 신군부 세력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상영관 안 대형 스크린에 전두환 역할을 맡은 배우가 악랄한 표정을 지으며 등장하자 1980년 5월 광주의 아픔이 떠오르기라도 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정권을 찬탈하기 위해 거짓부렁을 하거나 생명을 등한시 여기는 영화 속 전두환을 손가락질하며 "5·18 때도 광주 시민들한테 그랬냐"며 울화통을 터트렸다.

'성공하면 혁명, 실패하면 쿠데타'라는 극 중 발언에 오월 회원들은 좌석 옆 손 받침대에 올린 손을 주먹 쥐었고, 그 주먹으로 가슴팍을 내리치며 한탄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에 의해 남편·아들을 잃은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은 흐르는 눈물로 분노를 대신했다.

이정덕 오월어머니집 사무총장은 "저 반란군들이 반년도 안돼 계엄군이 돼서 광주를 짓밟았고 결국 역사에서 실패했다"며 "영화를 본 온 국민의 공분을 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질타했다.

'서울의 봄' 단체관람 오월단체 "반란 신군부, 역사에 실패"
신군부 세력 34명의 단체 사진과 함께 영화가 끝났는데도 오월 관계자들은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군사 반란 주동자들의 얼굴을 곱씹었고, 가냘프게 떨리는 입술로 그들의 이름을 한 자씩 읊기도 했다.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관람 직후 "군사 반란을 막았다면 1980년 5월 광주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반란을 일으킨 신군부에 의해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났고, 이 때문에 배우자·아들을 잃은 우리는 여전히 아픔 속에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도 늦지 않았다"며 "5·18 당시 군 수뇌부에 있던 군사 반란 당사자들은 속죄하고 5·18 진상규명을 위한 양심고백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