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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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직원용 기숙사 건설이 잇따르고 있다. 미·중 지정학 갈등을 피해 인도를 '차이나 플러스 원' 제조 허브로 삼으려는 글로벌 대기업들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다.

인도 타밀나두주 관계자들은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1만8000명 가량의 여성 근로자를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들을 여러 개 짓고 있다"고 밝혔다. 타밀나두주는 애플의 핵심 공급사인 폭스콘의 주요 조립 공장이 밀집한 인도 전자산업의 중심지다. 주정부가 건설 중인 기숙사는 모두 폭스콘 직원들을 위한 생활시설로 쓰일 전망이다.

타밀나두주의 투자 촉진 기관인 가이던스 타밀나두의 비슈누 베누고팔란 최고경영자(CEO)는 FT에 "대규모 기숙사의 경제성은 시장의 힘에 맡기기보다는 주정부가 개입해야 할 부분"이라며 "이런 프로젝트가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폭스콘이 또 다른 공장을 착공한 인도 카르나타카주에서는 주정부가 최근 기숙사 건설 지원 정책 초안을 마련했다.

카르나타카주 IT장관인 프리얀크 카게는 "투자자들이 해당 정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며 "조만간 정부에 피드백이 돌아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에서 가장 기업 친화적인 주들 가운데 하나인 텔랑가나주에서는 투자자들이 공장을 짓는 부지의 20%를 기숙사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이 시행됐다. 기업이 기숙사를 건설하기 위해 추가 부지를 확보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하는 투자 유인책의 일환이다.

FT는 "인도가 애플과 같은 기업들에게 중국의 대안 제조 허브로서 매력적으로 비칠 수 있을지는 적재적소에 충분한 노동자를 확보하는 '근로자 기숙사 정책'이 성공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는 수억 명에 달하는 이주 노동자들이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다.

한 폭스콘 관계자는 "우리가 중국 선전에서 생산을 시작했을 때 모든 근로자가 멀리 떨어진 지방에서 이주해왔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들을 위한 숙소를 지어야 했다"며 "인도에서는 지금까지 셔틀버스로 고향에서 근로자를 통근시키는 것이 주된 모델이었지만, 규모가 점점 커짐에 따라 이는 지속 가능한 모델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올해 6월 기준으로 인도에 있는 폭스콘의 총 직원 수는 5만명에 불과했지만, 최근 규모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현재 중국의 폭스콘 직원 수 70만~100만명을 조만간 따라잡을 것이란 전망이다.

인도에서는 특히 여성 근로자용 기숙사 확충이 시급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인도는 출퇴근 안전 문제와 여성 노동에 대한 사회적 낙인 등으로 인해 중국, 베트남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공장에 근무하는 여성의 수가 적기 때문이다. 인도 국제경제관계연구위원회의 라디카 카푸르 교수는 "인도에서는 여성이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퇴행적인 사회문화적 규범이 존재하는 게 현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는 역으로 여성을 참여시킬 수 있는 엄청난 기회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인도 특유의 문화로 인해 이 같은 확장세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인도 근로자들은 돈벌이를 위해 타지 생활을 감내하는 중국인들과 달리 가족을 떠나 기숙사에서 사는 것을 꺼린다는 점에서다. 또 다른 애플 공급사인 페가트론의 한 임원은 "일반적으로 인도 사람들은 집에서 출퇴근하고 근무가 끝나면 집에 가서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기를 원한다"며 "이 때문에 단일 공장의 직원 규모가 수만 명으로 제한되곤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식 대형 직원 기숙사 모델이 인도에서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