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들어 노조 파업으로 인한 근로손실일수가 줄어든 것은 의미가 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5월 10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발생한 근로손실일수는 56만 일이다. 역대 정부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문재인 정부보다 57.6%, 최고치였던 노무현 정부 때보다는 76.1% 줄었다. 근로손실일수는 파업 참가자 수에 파업 시간을 곱한 뒤 이를 하루 근로시간(8시간)으로 나눈 값으로, 파업 참가자가 많고 파업 기간이 길수록 커진다.

한국의 근로손실일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악이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2012~2021년 한국의 임금근로자 1000명당 연평균 근로손실일수는 38.8일로 일본(0.2일)의 194배에 달한다. 원조 ‘파업조장법’(일명 노란봉투법)으로 수십 년 낭패를 겪은 영국(13.0일)의 3배, 미국(8.6일)과 독일(8.5일)의 5배에 가깝다. 2017~2021년 파업으로 인한 국내 기업의 생산손실액만 최소 4조1400억원에 달했다(한국경제연구원). 갈등과 반목으로 치르는 간접 비용까지 감안하면 유·무형의 피해는 추산조차 어렵다.

이랬던 근로손실일수가 줄어든 것은 원칙 대응의 힘이다. 윤 정부는 출범과 함께 ‘노사 법치주의를 세우고 불법과는 타협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밝혔다. 지난해 말 산업계를 볼모로 한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 사태에 사상 초유의 업무개시명령으로 대응한 것도 그런 차원이었다. 양대 노총의 회계 공시 역시 노조의 불법·부당 관행에 대한 법치와 원칙 대응의 일환이었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대한의사협회가 총파업 투표를 진행하는 등 연말·연시 파업이 줄줄이 예고됐다. 이런 판에 거대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노란봉투법을 재추진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무책임을 넘어 횡포다. 정부는 경제와 시민을 볼모로 삼는 불법 파업에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한 법 집행 의지를 한층 확고히 해야 한다. 경영계도 피해보상 청구 등 원칙 대응에선 물러서면 안 된다.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노조의 사업장 점거 제한 등으로 노사 간 ‘기울어진 운동장’도 차제에 바로잡아야 한다. 이것만 확실히 해도 노동 개혁에선 상당한 성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