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비전공자 취업난 해결…오세훈 "기다리던 변화 시작" 서울시 13곳 운영…2025년까지 1구 1캠퍼스·1만3천명 육성
초록빛으로 꾸며진 널찍한 공용 공간을 다양한 종류의 책상과 의자가 채웠다.
어디서든 모니터를 보며 토론할 수 있도록 스탠딩 스마트 TV가 여러 대 놓여있기도 했다.
수십 대의 컴퓨터가 놓인 방에서 몇몇은 자판을 두드렸고 다른 청년들은 화이트보드에 무언가를 적어 내려갔다.
'집중학습룸', '클래스룸'이라는 표지가 없었다면 IT 스타트업 사무실로 여겨질 법했다.
서울 청년의 디지털 역량을 높이고 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서울시 청년취업사관학교(청취사)의 13번째 캠퍼스가 지난 11일 동대문구 용두동에서 문을 열었다.
청년취업사관학교는 20∼30대 서울 청년 구직자의 디지털 역량 교육과 취업을 지원하는 청년 디지털 인재 양성기관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문송합니다'(문과라 죄송합니다)로 상징되는 인문계 졸업생과 IT 비전공자의 취업난 해소를 위해 청취사를 핵심 공약 사업으로 내건 바 있다.
청취사는 2021년 영등포를 시작으로 동대문까지 모두 13곳의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달 중으로 성북·도봉 캠퍼스가 추가로 문을 연다.
시는 2025년까지 1구 1캠퍼스를 조성할 계획이다.
교육 프로그램은 기업이 원하는 실무능력을 키울 수 있는 소프트웨어(SW) 과정과 비전공자(문과생)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디지털전환(DT) 과정으로 구성됐다.
이날 문을 연 청취사 동대문 캠퍼스는 동대문구가 건물을 제공하고 시가 리모델링해 교육시설로 운영하는 시-구 협력 캠퍼스다.
이곳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양성하기 위한 애플리케이션·클라우드 교육과정과 디지털 활용 기술을 배울 수 있는 디지털 전환과정(DT)을 운영하며 연간 178명의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특히 동대문구 지역산업인 뷰티산업 디지털 마케터,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기획자와 챗GPT·프롬프트 엔지니어를 집중적으로 배출한다.
7개 과정 중 4개는 기업이 원하는 커리큘럼으로 교육한 후 수료생을 채용하는 기업 연계형 과정이다.
구체적으로는 ▲ 뷰티 디지털 마케터 양성 과정 ▲ AI 활용 iOS 앱 개발자 부트캠프 ▲ 코틀린&제트팩(Jetpack) 기반 안드로이드 주니어 개발자 양성 과정 ▲ 디지털 헬스케어테크 슈퍼루키 양성 과정 ▲ 클라우드 CRM 솔류션 세일즈포스 개발자 양성 과정 ▲ 챗GPT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전문 과정 ▲ AWS와 함께하는 클라우드 아키텍트 과정이 마련됐다.
이날 열린 개관식에서 청취사 동대문 교육생 대표로 연단에 선 임지영 씨는 "환경이라는 다른 분야를 전공했지만 청취사 교육을 마친 뒤 뷰티 디지털 마케터로 성장한 모습을 꿈꾸며 성실하게 교육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청년취업사관학교를 구상할 때 한 생각 자체가 관련 전공을 하지 않는 청년의 취업을 돕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는 것이었다"며 "2천300여 명의 학생이 교육을 수료하고 수강생의 80% 가까운 학생이 취업했다니 정말 바라던, 기다리던 변화가 시작된 거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사연 속에서 실의에 빠져 있거나 자존감이 떨어져 있던 청년이 청취사를 통해서 새싹으로, 풋풋한 나무로, 또 동기들과 함께 생태계를 이루는 숲으로까지 발전하는 모습을 보니 매우 보람차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는 청취사의 교육생 규모를 2025년까지 5천명으로 확대해 총 1만3천명의 청년 인재를 양성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