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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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에게 외면당했던 튀르키예 국채 시장에 다시 외국인 투자금이 모여들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사진)이 연임에 성공한 뒤 경제 상식에 역행하는 ‘나 홀로 저금리’ 정책을 폐기하고 광범위한 경제 개혁을 추진한 결과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중앙은행 자료를 인용해 올해 하반기 들어 외국계 펀드가 리라화 표시 튀르키예 국채를 8억6000만달러어치(약 1조1300억원) 매수했다고 보도했다. 2021년 이후 반기 기준으로 최대치를 찍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튀르키예 국채를 매입하는 이유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태세 전환’이다. 과거 에르도안 대통령은 “고(高)금리는 악”이라고 주장하며 물가가 급등하는 와중에도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을 중앙은행에 요구했다. 이 때문에 튀르키예 기준금리는 2021년 9월 연 19%에서 올해 2월 연 8.5%까지 하락했다. 그 결과 튀르키예 리라화 가치가 추락하고, 인플레이션은 고공행진했다. 그러다 지난 5월 3연임에 성공한 뒤 입장을 바꿔 비상식적인 경제정책을 모두 폐기하기로 했다. 지난 6월 골드만삭스 출신 은행가인 하피즈 가예 에르칸을 튀르키예 중앙은행 총재로 선임했다. 에르칸 총재는 부임 직후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 지난 11월까지 31.5%포인트 끌어올렸다. 시장에선 튀르키예의 전환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튀르키예 국채 금리가 인플레이션 추정치보다 높고, 리라화 가치가 폭락한 점도 국채 투자 매력이 커진 이유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튀르키예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10일 기준 연 35%대로 2025년 인플레이션 예상치(14%)의 두 배 이상이다.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도 올해 들어 35% 떨어지면서 저가 매수 기회가 됐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