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하남은 오는 9일 오전 10시 일반을 대상으로 공식 개점했다. 오픈 전부터 1000여 명의 고객이 몰렸다. 애플 제공
애플 하남은 오는 9일 오전 10시 일반을 대상으로 공식 개점했다. 오픈 전부터 1000여 명의 고객이 몰렸다. 애플 제공
"애플 텀블러 6만원에 샀어요."
"삼성도 텀블러 당장 만들어라."

지난 9~10일 주말. 당근마켓과 정보기술(IT) 커뮤니티가 들끓었다. 애플이 한국에 무료로 배포한 텀블러 때문이다. 이 텀블러는 9일 애플스토어 6호점인 경기도 ‘애플 하남’이 개점하며 선착순으로 나눠준 기념품이다.

텀블러를 받기 위해 새벽부터 '오픈런(개점 전부터 대기)' 인파까지 몰렸다. 받은 텀블러를 되파려는 리셀러도 적잖았다. 당근마켓을 비롯한 온라인 중고시장엔 텀블러를 6만~10만원에 판다는 게시글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애플 하남은 지난 9일 오전 10시 공식 개점했다. 오픈 전부터 1000여 명의 고객이 몰렸다. 애플 하남의 1호 방문객은 오픈 전날 밤 10시부터 줄을 섰다고 한다. 100여평 크기의 애플 하남은 겉으로 보면 기존 애플스토어와 큰 차별점이 없다. 친환경 소재로 바닥재와 벽면을 구성했다는 설명이지만 이에 대한 고객들 관심은 크지 않았다.
애플스토어 6호점인 경기도 ‘애플 하남’이 개점하면서 나눠준 애플 텀블러(왼쪽)와 삼성 텀블러 이미지. 커뮤니티 갈무리
애플스토어 6호점인 경기도 ‘애플 하남’이 개점하면서 나눠준 애플 텀블러(왼쪽)와 삼성 텀블러 이미지. 커뮤니티 갈무리
인파가 몰린 것은 기념품인 텀블러 등의 영향이 컸다. 애플은 자사의 로고가 박힌 텀블러와 티셔츠, 에코백 등을 샌프란시스코 본사 기념품 가게에서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20~50달러(약 2만6000원~6만5000원) 수준이다.

한국에서 텀블러를 나눠주거나 판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애플 충성고객이 몰렸다. 텀블러를 재판매해 수익을 남기려는 사람들도 적잖았다. 9일 오후부터 애플 하남에서 풀린 텀블러를 판매한다는 글이 각종 온라인 중고시장에 올라왔다.

애플은 아이폰을 출시할 때마다 한국을 3차 출시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 탓에 애플이 한국 시장을 홀대한다는 평가가 적잖았다. 하지만 애플 충성고객의 팬심은 굳건하다. 애플 하남에 오픈런한 인파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 정보기술(IT) 시장조사업체 '브랜드키즈'가 최근 발표한 '2023년 고객 충성도 기업 순위'에서도 애플(스마트폰 부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1위를 꿰찼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스마트폰 부문)는 8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 사업부 관계자들은 심란하다. 삼성은 지난 6월 29일 플래그십 매장 ‘삼성 강남’을 열었다. 애플 강남스토어와의 거리가 약 500m에 불과한 곳에 자리 잡았다. MZ세대를 겨냥한 매장을 표방했다. 이곳을 찾는 고객들은 갈수록 줄어드는 등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오픈런을 이끈 애플 하남과는 대조적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아이폰 인기는 10대들의 막연한 선망"이라는 인식도 퍼져 있다. 하지만 "아이폰 충성고객을 돌리기 위한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는 내부 성찰론도 만만찮다. 1020·MZ세대를 아우른 세대의 팬심을 공략하기 위해 마케팅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